[강은성기자] 스마트폰 가입자가 2천500만명을 넘어 올 상반기 중에는 3천만명에 이를 전망이다.이들 중 다수는 고액 요금제를 선택한 사람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3사에 따르면 이중 70%에 육박하는 가입자들이 54요금제 이상의 고액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다.
고액요금제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가계통신비 역시 동반상승중이다. '통신비에 허리가 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어떻게 하면 통신비를 줄일 수 있을지 사람들은 고민이 많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통신비 고민 만큼 사업자들이 돈을 많이 벌었는지는 미지수. 국민의 주머니가 가벼워진 만큼 통신사들은 실적이 향상됐어야 하는데 사업자들의 목소리는 썩 즐겁지 않다.오히려 울상이다.
지난 2011년 4분기 통신3사의 성적표는 일반적인 예상과 다른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통신사들은 오히려 실적악화가 심해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도대체 어찌된 것인가.
◆54요금제 가입자 실 매출은 3만7천500원
"스마트폰 54요금제를 선택하면 SK텔레콤의 경우 매월 1만7500원을 '스페셜 할인'으로 깎아줍니다. 결국 3만7천500원이 됩니다. 과거 피처폰 시절 3만7500원을 사용하던 가입자 요금을 분석해보면 기본료 1만1천원과 음성통화가 240분 가량 됩니다.(초당 1.8원 기준) 그런데 54요금제 가입자는 통신사가 똑같이 3만7천500원을 벌어도 음성무료통화 300분, 문자 250건, 데이터 무제한을 정액으로 제공합니다. 통신사 매출과 수익이 올라갈 수 없는 이유입니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스마트폰 요금제 구조'를 이렇게 설명했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대부분 54요금제 이상의 고액요금제를 선택하고 있지만 요금할인제도로 매출과 수익은 줄어드는 구조라고 항변한다.
SK텔레콤의 2011년 연간실적을 살펴보면 자회사 실적을 제외한 별도기준 매출 12조7천40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보다 1.2% 상승한 것이지만, 영업이익이 12.4%, 순이익은 1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가입자에 대한 요금할인을 동일하게 시행하고 있는 KT와 LG유플러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게 나온다.
KT는 별도기준으로 전년 대비 1.2% 상승한 20조1천6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LG유플러스는 두 회사보다 다소 상승한 8.9% 성장률을 기록하며 9조2천5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매출과 반대의 결과로 집계된다.
KT의 경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대비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지만 매출이 늘어난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6.5% 줄어든 2천830억원에 그쳤고, 순이익은 무려 85.7%나 줄어들어 800억원에 그치는 기현상을 보였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서로 다른 곡선을 그리게 된 것은 '스마트폰 요금할인'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3사 모두 대당 100만원대를 호가하는 고가 스마트폰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이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의 이익지표인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동향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가입비와 접속료를 제외한 청구기준 ARPU에서 SK텔레콤은 전년대비 4%가 줄어든 3만3천175원을, KT는 6%가 줄어든 2만9천715원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는 4.5% 줄어든 2만5천641원이었다.
2011년 한해에만 1천만명 이상의 스마트폰 신규가입자가 생겨났고, 이중 70%가 54요금제 이상을 선택했는데, 비례해 올라야할 통신사 ARPU는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통신요금이 단말기 가격 보조
통신사 실적이 나쁘게 나타나는 것은 소비자가 54요금제에 가입해도(5만4천원을 지불해도) 실질 통신사 매출은 3만7천500원이기 때문이다. 고가의 스마트폰으로 유혹하기 위해 요금할인과 단말기 할인 등 두 번 할인하고 있는 것.
NH투자증권 김홍식 연구원은 "ARPU 하락이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LTE 투자가 지속돼 올 상반기까지는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단말 보조금 등을 줄이지 않으면 1분기 실적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당장의 실적 악화보다는 실적 개선을 할 수 있는 동인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면서 "회사 내부적으로는 비용 절감을 위한 경영전략을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요금할인은 결국 단말기 가격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어 단말기 출고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면서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통신요금 및 고가 단말 위주의 산업 환경을 합리적으로 바꾸는 작업이 선결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가계통신비 부담증가의 처방전 역시 단말기 유통과 가격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하는 곳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강은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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