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인 고리 1호기에서 외부 전원의 공급이 중단되고 비상 디젤발전기까지 작동하지 않은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한달 간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3일 계획예방정비로 가동을 중단하고 있던 고리 1호기가 지난달 9일 저녁 8시34분 경 외부 전원 공급이 중단되고 비상 발전기도 작동되지 않은 상태로 있다가 12분 후 복구됐다는 내용을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늦게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더욱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고리 1호기의 이번 사고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연상케 하는 중대한 문제로 발전할 수 있었음에도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에 대한 보고를 한달 이상 은폐했다는 것이다.
당시 고리 1호기의 원자로 가동은 멈춘 상태였지만 사용 후 원자로의 고온이 지속되고 핵 연료 저장소 등도 외부 전원 공급이 끊긴 것에 이어 비상 발전기마저 즉각 작동하지 않아 냉각수 순환이 중단된 위험한 상태였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핵연료가 녹을 수도 있었던 위급 상황이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고리 1호기의 중단과 원전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남윤인선 최고위원은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구리 원전 1호기에 전력 공급 중단 사태가 발생했는데 후쿠시마 사태를 통해서도 원전의 위험에 공감할 수 있었다"며 "야권연대를 통해서도 원전 전면 재검토와 지금 가동하고 있는 것도 재검토하기로 합의했지만, 고리 원전 사고를 계기로 노후 원전이 가동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 최고위원은 "고리 1호기 사태에 늑장대응한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감동위원회의 문책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고리 1호기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14일 발표문을 통해 "작업자의 조작실수로 외부전원 차단기가 끊기고, 디젤발전기가 작동되지 않았지만, 당시 외부전원이 계속 살아있었고 또 다른 대체 비상디젤발전기가 가동 가능하였기 때문에 원전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고리 1호기는 지난 2008년 설계수명이 끝난 뒤 안전성 논란이 있었지만 10년 연장 가동되고 있는 상태에서 이같은 사고가 벌어져 이를 계기로 노후 원전 문제와 이후 원전 정책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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