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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약가인하 확정…제약업계 '줄소송' 맞불


1조7천억원 손실 예상…10대 상위제약사 품목 집중

[정기수기자] 정부가 예정대로 건강보험 적용 의약품의 일괄 약가인하 정책을 단행함에 따라 반토막 약값에 반발해 온 제약업계와 법정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4월1일 본격적인 약가 시행에 앞서 29일 오후 기등재 의약품의 약값을 평균 14% 인하하는 내용을 담은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를 고시했다.

복지부의 이번 고시는 3.1절 징검다리 휴일을 앞두고 이날 오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고시된 9천202개 품목 중 6천506개 품목은 의약품재평가에 따른 약가인하 대상으로 품목에 따라 오는 4월1일부터 최고가 대비 53.55%까지 인하된다. 인하 대상 품목이 전체 보험의약품 1만3천814개 중 47.1%에 달한다.

나머지 품목은 기등재신속목록정비사업으로 인해 내년 1월과 7월, 2014년 1월과 7월 단계적으로 인하된다.

복지부는 이번 약가인하를 통해 절감되는 건강보험료를 1조7천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험의약품 시장규모는 약 12조원이다.

특히, 국내 상위제약사들의 제품이 약가인하 품목에 대거 포함돼 집중적인 손실이 예상된다.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위 10대 제약사의 매출 총액은 4조8천100억원, 약가인하로 인한 예상 손실액은 1조1천580억원에 달한다.

업체별 약가인하 대상 품목수를 보면 국내 제약사 중 한미약품의 약이 가장 많이 포함됐다. 토바스트 등 총 196개 품목이 인하대상으로 가장 큰 손실이 예상된다. 연간 손실규모는 700억~8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밖에도 신풍제약 155개 품목, JW중외제약 143개 품목, 종근당 136개 품목, 일동제약 122개 품목, 한국유나이티드제약 115개 품목, 대웅제약 105개 품목, 유한양행 103개 품목, 보령제약 101개 품목 등 국내 매출 10위권 내 상위제약사 대부분은 100개 이상의 제품이 약가인하 대상 품목에 포함됐다.

국내 매출 1위 기업인 동아제약은 95개 품목이 포함됐지만 약가가 높은 주요 품목들이 해당돼 추정 손실 규모가 약 1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녹십자의 경우 약가인하 대상 품목이 15개밖에 되지 않고 매출의 75%를 백신과 혈액제제가 차지하고 있어, 상위 업체 가운데 약가인하로 인한 손실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가 예정대로 기등재의약품에 대한 일괄 약가인하를 고시함에 따라 제약업계는 법적소송 등을 통해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

제약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의 일방적 일괄 약가인하 조치에 유감을 표한다"며 "행정소송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약 100여개에 달하는 제약사들이 줄소송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정부와의 대규모 법적 분쟁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우선 이번 고시로 피해가 구체화된 만큼 약가인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정책 시행을 막을 계획이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인용할 경우 4월부터 시행될 이번 고시가 본안소송까지 약 1년간 유예된다. 가처분 신청은 내달 2일부터 가능하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타협안을 기대해 그동안 소송을 미뤄왔다"며 "실제로 고시가 시행된 만큼 이번 소송에는 상위 제약사들을 포함해 피해를 입는 국내 제약사 대부분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상당수 제약사들이 법무법인과 계약을 마쳤거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는 등 본격적인 소송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7일 제약협회 전 이사장단이 소송과 관련 로펌과 계약을 체결할 계획을 돌연 취소, 각자 개별계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일각에서는 전 이사장단 가운데 일부 회사가 소송을 포기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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