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애플의 과잉 조치인가? 아니면 구글이 정말로 파렴치한 사생활 침해 행위를 한 것인가?"
구글이 애플 사파리의 쿠키 정보를 수집해 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또 다시 '구글발 사생활 침해 공방'이 불거지고 있다. 검색 전문 사이트인 서치엔진랜드 보도처럼 '사파리 게이트' 혹은 '쿠키 게이트'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글이 애플 사파리 이용자들의 사이트 방문 버릇 같은 개인정보를 수집해 왔다는 사실은 지난 17일(이하 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애플의 웹 브라우저 ‘사파리’에 특수 프로그램을 설치해 이용자의 홈페이지 방문 습관 등을 추적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된 직후 "구글이 애플의 개인 정보를 몰래 빼갔다"는 톤의 기사들이 연이어 쏟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직후 구글 측이 사파리 쿠키 정보 수집 활동을 그만두면서 논란에 불을 더 지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렇게 간단하게 볼 사안이 아니다. 또 자극적인 보도처럼 구글이 '꼼수'를 써서 비밀스런 정보를 빼간 것도 아니다. '구글 스토리' 저자인 존 바텔 같은 이는 오히려 애플이 사파리 보안 세팅을 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탠퍼드대학 연구원이 처음 발견
이번 사건에 대해 가치 개념을 부여하기 위해선 우선 정확하게 어떤 일이 있었는 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7일 보도를 통해 구글을 비롯한 몇몇 광고 회사들이 애플 사파리 브라우저의 프라이버시 세팅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사이트 방문 습관을 추적해 왔다고 보도했다.
구글 등은 이 같은 추적 작업을 통해 아이폰과 컴퓨터 이용자 수 백 만명의 개인 정보를 불법 수집했다는 것이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의 골자다. 이를 위해 구글은 사파리에 특수 제작된 컴퓨터 코드를 심어놨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현재 사파리는 구글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스탠퍼드대학 연구원인 조나단 마이어가 처음 발견했다. 이들은 조사 결과 100대 웹 사이트 중 22개에 있는 광고에서 구글의 코드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모바일 사이트는 100개 중 23개에서 발견됐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직후 여러 매체들이 인용 보도하면서 '쿠키 게이트'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논조는 사뭇 다르다. 구글을 비판하는 쪽은 지난 번 개인정보 통합 관리 이후 또 다시 사생활 침해 행위를 했다면서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 보도가 지나치게 단편적이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일단 이번 사건의 핵심은 구글이 사파리에 기본 설정돼 있는 '서드파티 쿠키 차단(no third party cookies)' 기능을 우회했다는 것이다. 애플은 사파리에 이 기능을 기본 설정하면서 사용 중인 사이트가 아닌 다른 소스로부터의 쿠키를 차단하도록 해 놨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타사 및 광고 업체 쿠키는 차단하도록 기본 설정돼 있다. 이것을 구글이 차단하지 않도록 바꿨다는 것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구글이 복잡한 기술을 활용해 비밀리에 추적했다기 보다는, 사파리의 기본 설정을 바꾼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구글은 그 대신 iOS 기기에서 자사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인 구글 플러스의 플러스 원(+1)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논란의 핵심은 구글의 이 같은 행동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점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존 바텔 "애플이 오히려 오픈웹 관행 위배"
당연히 구글 측은 월스트리트저널 보도가 다소 왜곡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글은 월스트리터저널 보도 직후 "우리는 로그인한 구글 이용자들이 잘 알려진 사파리의 기능을 활용하도록 해 준 것 뿐이다"면서 "이런 광고 쿠키들은 개인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글 스토리' 저자인 존 바텔 역시 이런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는 한 발 더 나가 구글의 이번 행동은 지극히 정상적인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바텔은 이날 자기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애플이 사파리 모바일 버전에서 (서드파티 쿠키 차단을 기본 설정함으로써) 일반적인 웹 관행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글이 정상적으로 접근했는 데 뭐가 잘못됐단 말인가?"라고 강하게 반문했다.
존 바텔은 애플이 사파리에 서드파티 쿠키 차단 설정하면서 단 한번도 이용자들의 의향을 물어보지 않는 것 역시 횡포라고 지적했다. 그냥 이용자들은 당연히 플래시를 싫어할 것이라고 지레 판단해 버린다는 것이다.
전자프론티어재단(EEF)은 애플 편을 들고 있다. 특히 모바일 이용자들은 서드파티 쿠키를 통한 개인 정보 유출 우려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애플이 사파리에서 차단하도록 기본 설정해 놓은 것은 고객 보호 조치라는 것이다.
EEF는 구글에 대해선 "소비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좀 더 존중하는 사려 깊은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검색 전문 사이트인 서치엔진랜드는 다소 조심스런 논조를 보여주고 있다. 구글과 애플 양쪽 입장을 모두 소개해주면서 "개인 정보 보호에 민감한 모바일 고객들은 애플의 조치에 찬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인정보 기본 철학 둘러싼 공방으로 확대될 수도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번 사안은 분명 구글이 대단한 불법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 애플이 사용자 동의 없이 '서드파티 쿠키 차단'을 기본 설정해놓은 것을 우회하도록 기술을 넣었다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이다.
따라서 구글을 비판하더라도 이런 '팩트'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월스트리트저널의 첫 보도를 비롯해 국내 언론들의 연이은 인용 보도는 다소 선정적인 쪽으로 치우쳤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사생활 문제에 대해 사려 깊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튜브를 비롯한 자매 사이트에 흩어져 있는 개인 정보를 통합관리하겠다고 선언한 데다,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고객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겠다고 밝힌 것 등과 맞물리면서 '사악한 기업'이란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번 공방으로 애플의 개인정보 설정 부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존 바텔 등의 비판처럼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설정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방을 계기로 그 부분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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