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통과가 임박하면서 법안 시행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에는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업체들의 공공 정보화 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하지만 법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 없이 신속히 안건이 처리됐고 대기업의 입찰 참여 하한제를 강화한 고시 역시 별다른 검증 기간 없이 곧바로 추진되는 모양새를 띠고 있어 졸속 입법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0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제2차 전체회의를 열고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정부의 공생발전형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 전략과 맥을 같이 하는 법안으로 다음 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경우 2013년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은 사업금액에 관계 없이 국가기관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또한 정부는 국가기관이 추진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이 법규를 준수하는지를 직접 관리·감독하거나 전문기관을 위탁 지정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사업자가 이미 구축한 소프트웨어 사업의 유지·보수 사업의 경우 2014년 말까지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고 국방ㆍ외교ㆍ치안ㆍ전력사업과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업에 대해서도 대기업의 참여를 인정한다.
◆개정안 졸속 처리 논란
업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같은 법 개정 추진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재벌개혁'이라는 포퓰리즘에 편승해 심도 깊은 논의 없이 법안을 밀어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 등 4개부처는 지난 해 10월27일 공생발전형 SW생태계 구축 전략을 발표했다. 대기업들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의존하고 저가로 공공시장에 참여함으로써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왜곡하고 있어 이들의 공공 정보화 시장 참여를 전면 제한해 전문·중소기업의 시장참여 확대를 도모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정부 발표가 있은지 2개월여 만인 지난 해 12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정태근 의원은 이같은 정부 방침을 골자로 한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 개정안이 발의 2개월여 만에 2월 임시국회에서 급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 1월부터는 정부 고시를 통해 공공 사업에 대한 대기업의 참여하한제를 강화해 매출 8천억원 이상 대기업은 80억원, 8천억원 미만은 40억원 이하 사업에 대한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IT서비스 업계 한 관계자는 "참여 하한제가 강화된지 한 달 남짓인데 전문·중소기업의 시장참여 확대 효과를 검증해 볼 시간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기존 대기업 참여 제한 기준 변경이 평균 2.7년 간격으로 이뤄졌음을 감안할 때, 굳이 현 시점에서 바로 전면 제한 입법을 강행할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 육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육성 대상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가 없고, 대기업 참여 제한으로 얻게 되는 기대 이익과의 상관성이 불확실하다"며 "일방적인 대기업 규제를 통해 막연하게 중소기업 육성을 얘기할 게 아니라, 각 분야별로 특화된 강소기업 육성전략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SW법 개정안 시행 후 예상되는 문제는?
입법 과정상 절차적 결함 뿐 아니라 개정안의 내용 역시 문제가 많다는 목소리도 높다.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국가 행정서비스 시스템을 중소 기업에게 전적으로 맡기기엔 다소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국가 행정서비스 시스템은 안정성과 정확성이 매우 중요하고 작은 오류 하나로도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피해를 줄 수 있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재정이 불안전하고, 영속성이 취약해 기업 부도 등의 비상사태가 일어날 경우 해당 서비스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기업들의 공공 정보화 사업을 전면적으로 제한할 경우 이 시장과 공공 정보가 외국계 기업에 종속될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추진중인 규제는 국내 대기업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국내 공공 정보화 시장은 물론, 중요 정보가 IBM이나 HP, SAP, 오라클 등 외국계 기업에 종속될 가능성이 있다. 만일 이렇게 되면 국내 대기업의 자리를 외국계 기업이 대체할 뿐, 중소기업은 여전히 하도급 역할에 머물게 돼 정책의 효용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게 IT서비스 업계의 분석이다.
IT서비스 기업들은 대기업의 공공 시장 참여 제한 정책이 자칫 그동안 공공 정보화 사업을 수행해 오던 우수 인력들의 유출로 이어지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인재들의 공공 사업 영역 기피현상이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공공 서비스의 질적 수준은 급락할 수밖에 없고 '전자정부 세계1위'라는 타이틀도 더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한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사 관계자는 "정부는 IT서비스사들에게 국내 사업은 포기하고 해외로 나가라고 하지만, 국내 성공 사례 없이는 해외 진출이 불가능하다"면서 "성공 사례의 유효기간은 최대 3년으로, 향후 더이상 언급할 수 있는 사례가 없어지면 해외 진출의 길도 막힌다"고 말했다.
김관용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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