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역구 불출마, 홍준표 전 대표의 공천 불신청 선언 이후 새누리당 내 중진 용퇴론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고 있다.
비대위 출범 직후부터 거론돼 온 용퇴론은 4·11 총선을 앞둔 당의 위기감이 여실히 반영된 것으로, 현 정권 핵심·실세를 포함한 친이계와 주류인 친박계를 모두 겨냥하고 있다.
특히 박 비대위원장은 최근 직접 나서 중진들에게 용퇴 압박을 가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여당 강세지역인 대구 달성군에서 내리 4선을 한 박 비대위원장이 지역구 불출마를 통해 '기득권 내려놓기'를 솔선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친박계 영남권 중진의원들의 동참을 촉구한 것이다.
또 지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는 현 정부에 참여했던 인사의 총선 공천 문제를 묻는 질문에 "국민이 바라는 공천이 돼야 한다. 국민이 거부하거나 '그것은 아니다' 하는 공천은 하지 않겠다"고 말해 사실상 친이계 공천 배제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박 비대위원장이 이 같은 입장을 표명한 이후 비대위원들도 중진 용퇴론을 거듭 띄우고 있다. 비대위 차원에서 중진들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10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지역주의에 안주해 계속 선수가 이미 높으시고 이런 분들은 세대교체 압력이 있으니까 아름답게 물러서 주시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10일 마감되는 공천 신청 접수 기간을 일주일 더 늘이기로 한 것도 표면적으로는 '새피 수혈'을 위한 것이지만, 속내는 당내 중진들에게 용퇴를 압박하는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용퇴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중진 의원들이 공천 신청을 하더라도 낙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천 심사는 공천위에서 하는 것이지만, 비대위가 공천위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만큼 비대위의 입장이 어느 정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종인 비대위원은 '공천위 결정을 비대위에서 뒤집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제도상으로는 비대위가 그런 권한을 갖고 있으니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내 중진 의원들 중 다수는 용퇴 압력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선 홍사덕, 4선 박종근, 3선 이한구·이인기·이병석·김성조 의원 등은 이미 공천 신청을 했거나 준비 중이며, 정몽준 전 대표와 안상수 전 대표, 이재오 의원 등 친이계 핵심 중진 인사들도 공천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국회의 바람직스런 운영이나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다선 중진을 대거 물러나게 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홍사덕 의원), "중진의원으로서 더 큰 일을 해내겠다"(박종근 의원)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대위가 '현역 지역구 의원 25% 배제' 원칙에 따라 이미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하위 25% 안에 중진 의원 몇몇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중진 의원들 중 용퇴를 고민하는 의원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최규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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