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박희태(사진) 국회의장이 9일 의장직 사퇴를 결심한데는 전 비서인 고명진 씨의 진술 번복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 씨는 지난 2008년 7월 전당대회 직후 고승덕 의원 측이 반납한 300만원을 돌려받은 인물로, 최근까지 이 돈을 자신이 모두 썼고 윗선 누구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고 씨가 최근 검찰 조사에서 돈을 돌려받은 뒤 당시 상황실장인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보고했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돈봉투는 당시 재정을 총괄한 조정만 비서관쪽에서 줬다고 진술했다.
고 씨는 한 언론에 건넨 '고백의 글'에서 "책임 있는 분이 자기가 가진 권력과 아랫사람의 희생만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 분이 처음 고 의원에 대해 '일면식도 없다'고 거짓 해명을 하면서 여기까지 일이 이어졌다"고 말해 사실상 김 수석을 겨냥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날 오후 조 비서관을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오는 11일 청와대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김 수석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고 씨가 사건의 '윗선'으로 김 수석을 지목하면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된 만큼, 이번 사건의 핵심에 있는 박 의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불가피해졌다.
박 의장이 이날 의장직 사퇴를 전격 선언한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당초 박 의장은 자신의 측근들이 줄줄이 소환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나와 관계 없는 일"이라며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했으나 고씨의 진술로 검찰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되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박 의장은 이날 오전 한종태 국회 대변인을 통해 "저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큰 책임을 느끼며 국회의장직을 그만두고자 한다"며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 관련된 사람이 있다면 모두 저의 책임으로 돌려 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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