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PC의 시대는 저물고 있는가?
지난 주 양대 조사기관인 IDC와 가트너가 동시에 세계 PC시장 동향 자료를 발표했다. 예상대로 두 기관 모두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PC 출하량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했다.
가트너가 집계한 4분기 세계 PC 출하량은 9천220만대.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줄어든 수치다. 당초 예상치인 1% 감소에 비해서도 악화된 수치다.
IDC 역시 9천270만대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0.2%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나마 IDC 집계 결과는 당초 예상했던 0.6% 감소에 비해선 다소 나은 편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PC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젠 포스트PC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아니다'고 답하려니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자니 성급한 결론인 것 같아 맘이 쓰인다.
이럴 땐 통계 추이를 그냥 보여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때마침 아심코(asymco)를 통해 탁월한 분석력을 과시하고 있는 호레이스 데디우가 흥미로운 차트를 하나 선보였다.
위 그래프는 각 기기별 연간 출하량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한 눈에도 PC 시장이 정체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C 이전에 시장을 지배했던 다른 기기들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넥스트, 애플2, 코모도어 등 한 때 시장을 지배했던 IT 기기들은 하나 같이 가파른 상승세 뒤에 완만한 고원형 모양을 보인 뒤 급속하게 쇠락했다.
이 그래프는 PC가 상승 그래프의 최정점에 달한 반면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같은 '포스트PC 시대 주역'들이 가파른 상승 곡선에 접어들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매킨토시, IT 기기 생명 사이클서 예외적인 존재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매킨토시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매킨토시는 199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정체 상태를 보였다. 정상적인(?) 발전 곡선이라면 2000년대 이후 가파르게 하락했어야 한다.
하지만 2005년을 기점으로 또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아이맥을 비롯해 맥북프로, 맥북에어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무덤 속에 들어갈 뻔 했던 매킨토시를 다시 살려낸 것이다.
애플이 무서운 건 바로 이 부분이다.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혁신 제품을 내놓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생명이 다해가는 제품을 다시 살려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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