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기자] 2012년에는 글로벌 IT기업들의 주도권 다툼이 모바일을 넘어 거실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업체들의 경쟁 영역이 이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넘어 스마트TV로도 확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TV는 TV에서 인터넷 기능을 이용할 수 있어서 실시간 TV 프로그램 시청 외에 VOD, 각종 애플리케이션 활용, 검색, 쇼핑,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TV다.
기본적으로 TV가 경쟁의 중심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강력한 기술력과 유통 노하우를 자랑하는 기존 TV 제조사들에 훨씬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은 결국 고사양의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친사용자 환경(UI)이 될 것인 만큼 진정한 승부는 시작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스마트TV 시장의 강자는 역시 국내 TV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다. 두 업체 모두 3D TV나 스마트TV 등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판매해 왔고, 이미 판매한 스마트TV 대수도 상당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를 포함해 6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LG전자도 지난해 편광안경(FPR) 방식 3D TV 마케팅에 주력한 덕분에 중국, 미국 등에서 눈에 띄는 시장점유율 상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스마트TV 판매가 늘어난 것은 스마트 기능에 대한 매력을 느껴서라기보다는 제조사들이 스마트TV 기능(인터넷 접속 기능)을 여러 모델에 기본으로 탑재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고화질(HD) 콘텐츠를 볼 때 네트워크 문제로 뚝뚝 끊기거나 콘텐츠 찾기가 불편하다는 불만도 있다.
◆구글·애플·MS 등 거실 공략 가시화될 것
삼성과 LG, 소니 등 글로벌 TV 제조사들의 아성에 도전장을 낸 구글과 애플의 약점은 제조 역량이 없다는 것. 구글의 경우 지난해 모토로라 모빌리티리를 인수하며 셋톱박스 사업부가 생겼지만, 완제품 TV가 아니기 때문에 경쟁력을 쉽게 가늠하긴 어렵다.
대신 풍부한 콘텐츠와 편리해진 사용법에 중점을 두고 개발중이다.
그 중에서도 주목되는 제품은 애플의 스마트TV인 아이TV(iTV)다. 관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이르면 올해 2분기쯤 셋톱박스 형태가 아닌 완제품 TV 형태의 iTV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스마트TV 시장 전망(자료 : 디스플레이서치)
연도 | 2010년 | 2011년 | 2012년 | 2013년 |
대수(단위 : 만대) | 4,391 | 5,937 | 8,377 | 10,594 |
iTV는 애플의 창업자인 故 스티브 잡스가 작고 직전까지 깊은 애착을 보이며 개발에 관여한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는 만큼 사용법이 얼마나 단순해지고 편리해졌는가에 관심이 쏠린다.
대표적 기능이 음성인식이다. 이미 아이폰4S에서 살짝 보여준 바 있는 '시리(Siri)' 음성 인식 기능이 TV에서 얼마나 제대로 구현될 지 주목된다. 아이클라우드 기능을 활용해 아이팟이나 아이폰, 아이패드와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구글은 지난해 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인 허니콤 기반의 '구글 TV 2.0'을 선보였다. 소니, 로지텍과 함께 선보인 구글TV가 이용하기 복잡하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참패를 겪고 난 뒤 절치부심해 만든 것이다.
구글TV 2.0은 그래서 사용자 편의성 강화에 가장 큰 방점을 찍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유튜브 사이트의 콘텐츠를 손쉽게 검색하고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유튜브는 할리우드 제작사 및 세계적 미디어 회사와 협력을 통해 온라인 방송채널을 100여개 가량 개설하고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스마트TV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게임기인 엑스박스(XBOX) 360을 셋톱박스로 활용해 채널을 찾고 콘텐츠를 찾아 볼 수 있다. 음성 인식과 동작 인식 기능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밖에 세계 2위의 PC 제조업체인 중국 레노버도 이르면 올해 1분기 중 '레TV'라는 이름의 스마트TV를 내놓을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포털 업체 다음커뮤케이션이 스마트TV 사업을 위해 별도의 법인인 '다음TV'를 설립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쉬운 UI 개발·콘텐츠 확보 경쟁 펼쳐질 듯
관련 애플리케이션만 있으면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로 방송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이른바 N스크린 시대에 스마트TV 경쟁은 사실상 커다란 평면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기기 싸움의 차원을 이미 벗어났다.
그런 면에서 스마트TV 경쟁의 양상은 고사양 고성능의 단말기 외에도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의 N스크린 서비스 ▲다양한 콘텐츠(애플리케이션) ▲쉬운 사용법에서 얼마나 소비자들을 사로잡는지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케이블TV나 위성방송, IPTV 등 기존 유료방송 사업자들과의 경쟁도 불가피해 보인다.
방송 플랫폼 사업자이든, TV 제조사이든, 아니면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이든, PC 전문 제조사이든 출발점만 다를 뿐 콘텐츠 유통 시장에서 이용자들의 시간을 차지하려는 경쟁의 본질은 똑같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방향 서비스나 주문형 비디오(VOD), 게임, N스크린 등 각 사들이 계획하는 서비스도 유사하다.
TV 경쟁의 초점이 단순한 하드웨어 경쟁력에 있지 않다는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기업들은 전용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확보 및 혁신적 UI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적극적인 스마트TV 마케팅과 함께 페이스북, 유튜브, 월트 디즈니 등과 손잡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놓고 있으며 3D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분주하다. 양사는 이미 스마트폰 경쟁에서 스마트 앱 생태계 형성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업계 한 관계자는 "TV는 가족형 매체라는 점에서 PC나 태블릿과는 성격이 분명히 다르고, 이러한 차이를 감안하면 소비자에게 '쉽고 편리하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업체가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각 업체별로 갖고 있는 강점이 다른 만큼, 현재로서는 스마트TV 시장의 승자도, 패자도 섣불리 점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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