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리 기자] IT업계에서 지난한 해 가장 바쁘고 주목받았던 사람이 있다. 바로 이제범 카카오 공동 대표. 카카오톡은 가입자수 3천만 명을 돌파하며 국민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잡았다. 국내 스마트폰, 태블릿PC의 보급대수가 2천400만대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 국민의 카카오톡 시대를 연 셈이다. 그러나 이제범 대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한다. 지난 한 해동안 기반을 닦았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나기 위해 달리겠다고 한다.
‘문자 보내’라는 말이 사라지고 ‘카톡해’라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카카오톡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변경하는 이용자들도 실제로 많다. 2010년 9월 100만명을 기록했던 카카오톡 회원수는 지난해 3월에 1천만명, 7월에 2천만명을 넘어섰고 다시 4개월 만인 11월 3천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대부분이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해외 사용자 비율은 20% 수준이다. 카카오톡은 현재 한국어·영어·일어·중국어 등 12개국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카카오톡으로 하루에 오가는 메시지도 8억건을 넘었다. 지난해 3월 1억6천만건에서 4배 이상 늘었다. 이는 이동통신 3사 문자메시지 및 멀티미디어메시지 총 전송 건수보다 많은 수치다. 데이터 이용량의 제한이 없다면 비용 부담 없이 카카오톡으로 마음껏 문자, 사진, 동영상 등을 주고받을 수 있다.
카카오톡은 공짜 서비스 이상의 가치를 이용자에게 주고 있다. 다른 이들과의 소통을 이끌어내 인간관계까지도 확장시킨 것. 인터넷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고 대국민 소통을 늘리는데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제6회 대한민국 인터넷 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낸 이제범 카카오 대표는 올해 더 먼 곳을 바라보며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2011년은 새로운 시장이 열린 첫해로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아직 갈 길이 멀었습니다. 올해에는 본격적으로 플랫폼 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봅니다. 거기에 맞춰 전략도 세우고 실행도 충실히 해나갈 것입니다.”
카카오톡은 단순 모바일 메신저 기능을 넘어 각종 정보와 콘텐츠가 오가는 ‘플랫폼’으로서 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관심 있는 브랜드 소식이나 스타, 잡지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는 ‘플러스 친구’와 앱 개발사를 위한 오픈 API ‘카카오링크 2.0’를 선보이며 플랫폼으로서 모양새를 다지고 있다.
“이제 카카오라는 회사가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카카오톡이 갓난아기에 불과했다면 올해는 왕성하게 식욕도 좋고 활동하는 청년기를 맞이하는 본격적인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해는 카카오톡이 기반을 다졌던 한해였다면 올해부턴 보다 공격적으로 플랫폼 전략을 구축하고 실행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애플의 아이메시지 등이 나오고 있지만 이제는 메신저 경쟁이 아니라 플랫폼 경쟁시대로 접어들었다”며 “플랫폼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가 추구하는 ‘넥스트 카카오’ 모바일 플랫폼의 모습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단 카카오 본질의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회사와 이용자 모두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딱 집어서 우리가 추구하는 플랫폼은 무엇이라고 정의하기는 사실 어렵습니다. 카카오톡이 만들어졌던 과정을 보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는데 우리 회사의 중요한 키워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입니다. 플랫폼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도전을 통해 원하는 모양이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동안 다진 기반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할 것입니다.”
카카오는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의 이용자들도 품에 안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1년 전 현재 카카오톡의 성장을 예상치 못했던 만큼 1년 후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카카오톡이 주도권을 가져온다는 목표다.
카카오는 지난해 7월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8월에는 스페인어 버전의 카카오톡을 선보였다. 유럽과 북미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해 블랙베리용 카카오톡을 개발, 베타 서비스 중이다. 뿐만 아니라 윈도폰, 바다 OS 전용 카카오톡 개발에 착수했다.
해외 사용자는 현재 600만명에 이른다. 미국 200만명, 일본 100만명 정도가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다. 중동에도 80만명에 가까운 사용자들이 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도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며 “다양한 국가의 문화를 카카오톡에 녹여 해외 사용자들을 공략하겠다”고 자신했다.
글로벌 플랫폼으로 카카오톡을 성장시키겠다는 이 대표의 도전이 어떻게 현실화될 것인지 기대된다.
김영리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최규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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