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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서]LG전자, 정수기에서도 비교 마케팅?


비교 마케팅, 비교인지 비방인지 고민해야

[박웅서기자] LG전자의 비교 마케팅이 또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엔 정수기다.

웅진코웨이는 지난 1일 LG베스트샵이 부당 비교 영업 등 불공정 행위를 저질렀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웅진코웨이는 LG베스트샵 사당점 등 5개 매장에서 허위 내용을 교육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LG 정수기는 40여가지의 이물질을 걸러주지만 웅진코웨이 제품은 5가지 밖에 못 거른다', '살균마크를 받은 정수기는 LG 제품 뿐'이라는 내용이 교육됐다고 한다.

LG베스트샵에서 LG전자의 신제품과 단종된 지 7년이 지난 웅진코웨이 제품을 비교하는 등 불공정영업행위를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앞서 지난 달에는 LG전자의 정수기 광고가 문제가 됐다. LG전자는 11월 초 '당신의 정수기가 LG였으면 하는 이유' 시리즈 광고 두편을 온에어했다.

광고에는 물이 담긴 욕조 모습과 함께 "이 물은 먹는 물이 아니라 씻는 물입니다.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FULL 스테인레스 저수조"라는 카피가 사용됐다. 또 다른 광고에선 수영장 모습을 보여주며 "이 물은 먹는 물이 아니라 노는 물입니다. 화학 약품을 쓰지 않는 전문가의 전기분해 살균"이라는 카피를 썼다.

웅진코웨이는 뿔이 났다. 플라스틱 수조를 사용하는 자사 제품을 비난하는 것이라며 LG전자에 방송 광고 중지요청 내용증명을 즉각 발송했다. LG전자는 11월 말 새로운 광고를 다시 론칭했다. 광고에선 기존 카피 대신 "당신의 정수기는 스테인레스 수조입니까? 플라스틱이 아닌 스테인레스 저수조"라는 말로 바뀌었다. 광고 화면도 욕조나 수영장 모습 대신 광고 모델이 멀뚱히 서 있는 모습으로 교체했다.

LG전자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단종된 웅진코웨이 제품을 가지고 비교 시연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고, 광고 역시 웅진코웨이의 항의 때문에 바꾼 게 아니라는 것.

LG전자 관계자는 "수돗물에 대한 괜한 오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하에 광고를 바꾼 것"이라며 "기존 광고 역시 경쟁사를 비난한 게 아니라 LG 정수기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관점에 따라 이번 광고를 비교 광고로 보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LG의 광고를 비교 광고로 보는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LG전자의 비교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 까닭이다. 올해 초 삼성전자와 3DTV 경쟁에도, 이후 하반기 LTE 스마트폰 마케팅에도 비교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한동안 이슈를 주도한 바 있다.

비교 마케팅이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전략임은 틀림 없다. '비교'는 어느 제품이 더 좋은지 에두르지 않고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이해도 빠르다. 또한 어렵고 복잡한 기술까지 한 마디로 정의가 가능하다. 여기에 자신을 시장 선두업체와 동격으로 끌어올리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비교 마케팅 또는 비교 광고에는 항상 위험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비교'는 기본적으로 남을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을 높이는 방식이다. 광고가 통하면 제품이 성공할 확률은 높아지지만 그렇다고 좋은 이미지까지 가져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론 비교와 비방은 다르다. 적절한 비교는 라이벌 구도를 부각시켜 재미를 주기도 한다. 해외에서도 위트를 가미한 비교 광고가 빈번히 이뤄진다. 문제는 국내에서 벌어지는 비교 경쟁은 재미는 고사하고 외려 눈살만 찌푸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잘못된 비교는 소비자들에게 해당 제품의 유리한 부분만 과장해서 정보를 전달한다. 이때 부족한 점이나 불리한 점은 철저히 가려진다. 경쟁 제품이 실제보다 현저히 열등한 것처럼 오인되거나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내용이 잘못 전달될 우려도 있다.

비교가 지나치면 비방이 된다. 이럴 경우 효과적이었던 마케팅 전략은 양날의 칼처럼 되레 제살을 깎을 수 있다. 제품은 길어야 몇년이지만 브랜드는 수십년 이어진다. 어디까지가 제품 강조이고 나아가 비교, 비방인지 곰곰히 생각해 볼 시점이다.

박웅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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