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기자]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금리를 정상화, 기준금리를 연간 3.5% 인상하려 했으나 이 같은 계획이 올해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 등 주요국 재정불안, 이에 따른 각국의 긴축재정에 과도한 인플레이션률로 긴축재정 기조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상황 등을 감안하면 금통위가 내년 하반기에나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통위는 올 들어 지난 1월(2.75%), 3월(3.0%) 6월(3.25%) 등 세 차례 금리를 올렸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6월 금통위 이후 가진 브리핑에서 "금융당국의 금리 정상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올해 한 차례 더 금리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해 금리 3.5%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하지만 금통위는 지난 7, 8월 집중호우로 인한 국내 물가상승과 8월 미국의 신용등급하락, 9월 유럽연합(EU) 일부국가의 재정위기 등이 불거지면서 5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이날 열리는 금통위에서도 금리 인상이 쉽지만은 않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이 22억유로의 구제금융을 그리스에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포르투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의 재정이 총체적으로 흔들리면서 유로존 재정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로존 재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에 영국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유로존 재정위기는 당분간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로 인해 내년 우리나라 경제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금통위가 금리를 인상하는 악수(惡手)를 두지 않을 것이라는게 이들의 해석이다.
우리은행 외환사업부 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면서 "이번에도 금통위가 금리를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국내 경제연구소 등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올해 예상성장률(3.8%)보다 낮은 3.7% 정도로 전망한 점도 금리 동결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실제 이들 기관은 자동차·조선·정보기술(IT) 등 우리나라 10대 주력사업의 내년 수출성장률을 6.95%로 예상, 올해 성장전망치(14.07%)의 절반 이하로 하락한다고 내다봤다.
금리 인상이 수출기업의 자금 줄을 조이고, 이는 곧 경영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경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이들 기관의 분석이다.
산업연구원 측은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900조원에 이르는 가계 부채도 금리 인상의 걸림돌이다.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 가계의 총 대출액은 모두 892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오는 2013년에는 가계부채는 1천조원 돌파가 확실하다고 금융권은 내다봤다.
금리 인상은 고스란히 대출 금리로 인상으로 이어져 대출가계의 이자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금리 인상 시, 대출 가계 이자 부담만 5조원 가량 늘어
현재 기준금리(3.25%)를 감안하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5% 중반대이다. 만일 이번에 금통위가 3.5%로 금리를 0.25% 올리게 되면 대출금리도 최소 6%대로 오르게 된다.
현재 가계 대출 총액을 고려할 경우 금리 인상 시 이자부담만 5조원 가량 늘어나게 되면서, 고물가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 질 것이라고 금융권은 설명했다.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이 이날 금통위에서 정부의 서민 경제 안정 기조를 강조, 금리 동결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다만, 금리 인상 결정이 다수결 원칙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다른 위원들이 어떤 의견을 제시할 지가 관건이다.
반면, 국내 물가상승률을 보면 금리를 올려 시중에 과도하게 풀린 자금을 흡수,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전년대비 물가상승률은 10월(3.9%)를 제외하고는 모두 4% 이상을 기록했다.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평균 물가상승률은 4.41%에 이른다. 이는 지난 2009년(2.5%) 보다 1.76배 높은 것이다.
금융당국은 시중에 과도하게 풀린 자금을 제도권으로 유인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잡는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지난 2008년 미국 리먼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도 저금리에서 출발한 점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당시 1%대의 낮은 미국 금리로 인해 기업과 개인은 자신의 상환 능력을 초과해 대출을 받아 투기사업에 손을 댔고, 대출금을 상환일에 갚지 못하면서 개인·기업·금융社들이 모두 부실해지면서 미국 최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물가보다는 국내외 경제가 불투명해 이날 금통위에서도 동결가능성이 크다고 금융권은 관측했다.
외환은행 카드팀 한 관계자는 "금통위가 금리를 올려 시중의 투기자금을 제도권으로 흡수해야 하는데, 현재 물가와 금리를 감안하면 은행에 돈을 넣어 둘수록 손해"라며 "금융당국은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당위성은 확보했는데, 대내외 상황이 만만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계 주요 국가의 신용등급 강등 확산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채권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 금리를 조정해 금융시장 불안을 조장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대내외 상황을 감안할 경우 금통위는 내년 하반기에나 금리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각에서는 내년 글로벌 경기가 악화될 경우 금통위의 금리 인하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정수남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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