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농협 전산 장애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시스템 관리에 대한 직원들의 부주의와 이에 대한 안일한 대응이 연이은 전산사고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농협 전산망은 지난 2일, 3일 잇따라 장애를 일으키면서 올해 4월 대규모 전산마미 사태 이후 8개월 동안 4차례나 전산사고를 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5일 오전 현장 점검에 나섰다. 금감원은 전산 장애 원인이 단순한 프로그램 오류나 직원의 실수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추가 인원을 투입해 특별검사를 할 방침이다.
농협에서는 지난 2일 '계좌번호 정당성 체크 프로그램' 오류로 오전 0시42분부터 3시54분까지 인터넷뱅킹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 체크카드 결제 등 일부 서비스가 중단됐다. 또 오전 4시47분부터 오후 1시 사이에는 농협 유통점포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포인트 결제 서비스가 멈췄다.
3일에는 0시30분부터는 전날 발생한 장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로 0시55분까지 약 25분 동안 인터넷뱅킹서비스가 제한됐다. 현금자동입출금기와 체크카드 결제 등도 0시41분까지 10여분간 이용하지 못했다.
농협은 이번 사고에 대해 전산시스템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적용하다 오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외부 침입이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결함이 아닌 직원의 실수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3일 발생한 장애는 전날 발생한 오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설정한 복구 프로그램이 이날 0시를 기점으로 날짜가 바뀌면서 작동을 멈췄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농협은 전산 장애를 해명하면서 "대부분의 은행에서 가끔 전산사고가 일어나는데, 지난 전산 마비 때문에 더 커 보이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 시간대 이용하려던 고객 9천여명이 피해를 입었음에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해명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언론들은 관련 기사와 칼럼을 쏟아내며 '양치기 소년이 된 농협'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4월 사상 초유의 전산장애 이후 재발방지를 약속하면서 5천억원을 들여 최고의 IT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농협 사태는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직원의 실수로 잇따라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는 점이 문제되고 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적용할 때 반드시 사전 테스트를 거쳐야 함에도 이같은 과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농협은 2일 일어난 전산 장애를 서둘러 복구하기 위해 새 프로그램과 온라인 및 창구 거래를 이어주는 중간 시스템의 업데이트를 생략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전날 복구작업을 하면서 날짜가 바뀌면 1일자 프로그램이 2일자 새 프로그램으로 당연히 넘어가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를 그대로 나둬 3일 0시30분 문제를 일으켰던 새 프로그램이 다시 작동했다. 담당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인 셈이다.
이같은 부주의와 안일한 대응을 두고 이용자들은 책임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4월 대규모 농협 전산 마비 사태 이후 금융감독원의 경고와 실무자에 대한 중징계만 이뤄졌을 뿐, 경영진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았으며 해킹사태로 인한 현대캐피탈 개인정보유출 사태 때도 이 회사 대표는 문책성 경고만을 받지 않았다는 것.
금융권에서는 하나SK카드와 삼성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징계 수위도 경영진에 대한 경징계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전산 시스템 마비 등 올해 수 차례의 금융권 사고가 있었지만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경영진은 없었다"면서 "금융 당국이 추진중인 개인정보 유출 방지 대책에서도, 내부에 의한 개인정보유출 사고는 제외하고 외부 해킹에 의한 사고만 CEO의 책임을 묻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관용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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