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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한컴人 양왕성 CTO '희노애락을 말하다'


"한컴이 세계적 기업 되기까지, 아직 내가 할 일 많아"

[김수연기자] 전문지를 탐독하며 프로그래밍을 독학한 한 수학도가 있었다. 이전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작업에서 희열을 느낀다는 이 수학도는 1991년,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에 합류, 이후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아래아한글'의 새 버전을 개발해 내는 작업에 몰두하며 지내왔다.

200여 명의 개발자들을 진두지휘하며, 한컴오피스, 씽크프리, 전자책 관련 솔루션 등 한컴의 문서관련 솔루션 제품의 포트폴리오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한글과컴퓨터 양왕성 CTO의 이야기다.

양 CTO(전무)는 '아래아한글'로 통칭되는 '한컴오피스 한글'의 초기 버전(HWP1.52) 개발자로 참여한 이후 20년간을 한컴에서 근무해 오고 있다.

오랜 세월 지속된 양 전무의 '아래아한글' 연구·개발에 대한 열정에 회사는 그를 최장기 근속자로 선정, 기념패를 전했다. 지식경제부는 외산 소프트웨어와 경쟁할 수 있는 국산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온 공을 인정해 대통령 표창을 수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 전무에게 이러한 수상의 영예보다 중요한 것은, 그간 한컴에서 개발자로서의 삶을 살아오며 켜켜이 쌓아온 '희로애락'의 감정들이다.

서울 구의동 한컴 사무실에서 양왕성 전무를 만나 20년 한컴 인생에 오롯이 담긴 '희로애락'에 대해 들어봤다.

◆희(喜)…'제품 출시', 모든 고통이 기쁨으로 치환되는 순간

양 전무는 한컴에서 일하며 기쁨을 느꼈던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제품이 출시되는 순간, 가장 행복했다고 답했다.

그는 "목표 했던 기간 안에, 목표 했던 제품을 출시하는 순간, 그동안의 고생이 기쁨으로 바뀌고 제품 출시 직전이 가장 힘들었고 출시할 때 가장 기뻤다"며 "다 같이 고생해서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낼 때가 프로그래머로서 가장 기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제품 출시에 뒤따르는 아쉬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조금만 더 시간이 허락된다면 더 좋은 기능을 추가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 바로 이 아쉬움에 양 전무는 개발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개발자의 입장에서, 산고의 고통 끝에 내놓은 제품들은 모두 소중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양 전무가 각별히 여기는 제품이 있다. 수식 편집기가 들어간 '아래아한글 2.0'이다.

양 전무는 "내가 '아래아한글'에 처음 넣은 기능이 수식 편집 기능이었다"며 "수학과 출신으로 졸업 전에 내가 만든 워드프로세서로 논문을 쓰겠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당시 수식이 제대로 표현이 돼야 수학과 논문을 쓸 수 있겠더라는 생각을 했고 그 때를 기억하며 이 기능을 넣었다"고 회상했다.

◆ 노(怒)·애(哀)…"개발을 못하게 되는 건 참을 수 없어"

개발 끝에 제품을 출시하는 데에서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는 양 전무. 그런 그를 노엽게 하고 슬픔에 빠지게 하는 순간은 더 이상 개발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처할 때다.

1998년 IMF위기 당시, 소비자들의 불법 소프트웨어 복제로 인해 자금유동성이 나빠져 한컴이 외국계 업체에 매각될 위기에 놓였을 때가 바로 그러했다.

그해 한컴은 마이크로소프트(MS)사로의 매각을 발표했는데 문제는 매각을 제의한 MS가 '아래아한글 개발 중지'라는 조건을 달았다는 것.

양 전무는 그 때를 떠올리며 "너무 억울했다"고 흥분했다.

그는 "'아래아한글'이 소비자한테 선택받지 못하는 제품이라면 당연히 시장에서 퇴출돼야 하지만, 당시 조사 결과 '아래아한글' 사용률이 75~80%에 달했다. 소비자들이 열심히 쓰고 있는 프로그램이 어느 한 순간 개발되지 못하고 퇴출된다는 것은 시장 구조가 잘못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우여곡절 끝에 다시 '아래아한글'을 개발하게 돼 다행이다"고 전했다.

◆ 락(樂)…"2백명 개발자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20년 세월, 한컴에 꾸준한 애정을 쏟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일해 온 양 전무는 긴 세월,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비결로 그를 따르는 200명의 개발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요약했다.

그는 "나는 사람 운이 좋은 것 같다. 좋은 개발자들이 계속 곁에 있어 줘서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개발자들과 함께 개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있었고, 특히 나를 믿고 따라와 주는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많다는 것이 좋았다"며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그는 최근 지식경제부로부터 받은 대통령 표창도 그와 함께 일하는 많은 개발자들을 대표해서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양 전무에게 있어 '즐거움'이라는 감정은 이들과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그는 "젊은 개발자들과 토론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데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면 이 일을 오래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우리가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있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것, 바로 이런 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20년간 겪어온 '희로애락'의 감정을 풀어내면서 양 전무는 크게 웃지도,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다. 아직 한컴은 작은 회사며, 이 회사가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할 때까지 자신이 해야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에서다.

한컴이 세계 100대 소프트웨어 기업 대열에 합류하게 되거나 세계 시장에서 한컴오피스가 높은 시장 점유율 차지하게 되는 날이 오게 되면, 그 때 크게 웃겠다며 그는 '그 때'를 기다리고 있다.

20년을 몸담아 온 양 전무의 개발 둥지인 한컴이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때까지, 또다시 '희로애락'의 감정을 쌓아가며 자기 자리를 꿋꿋이 지켜낼 양 전무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양왕성 CTO는?

양왕성 CTO는 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정보통신공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한글과컴퓨터에 입사했으며, 현재 이 회사에서 개발그룹 그룹장으로서 한컴오피스를 비롯, 모바일과 클라우드 분야의 '씽크프리', 전자책 관련 솔루션 등 제품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또한 양왕성 CTO는 ISO/IEC WG2 JTC1/SC2 전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수연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정소희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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