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유진, 경영권 갈등 '확산'…결론은 표대결?

[정은미기자] "유진의 경영권 장악은 하이마트의 발전을 저해하는 만큼 지분 전량을 매각하겠다." "하이마트 최대주주로서 경영권 행사는 당연하다. 선종구 회장이 도를 넘었다."

하이마트의 경영권을 놓고 하이마트와 유진그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양 측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하이마트는 25일 전국 304개 지점 임직원 5천여 명이 전원 연차 휴가를 내고 하룻동안 사실상 동맹휴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24일 양측은 잇따라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유진그룹 측은 '최대주주의 고유권한'이라는 입장을, 하이마트 측은 '회사 발전을 저해하고 주주이익을 훼손시키고 있다'며 개임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은 대주주 유진기업과 창업주이자 2대주주인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이마트는 31%의 지분율을 가진 유진그룹이 최대주주이다. 최근 하이마트의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지분 6.9%를 인수하기로 한데 이어 오는 30일 열릴 예정인 이사회 안건을 '각자 대표 선임안'에서 '대표이사 개임(改任)안'으로 바꾼 상황이다.

하이마트 측은 이를 두고 '선 회장을 해임해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한 의도'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유진그룹은 공식입장을 통해 "인수합병을 통해 하이마트를 인수했는데 정작 최대주주가 아무런 경영개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4년간 선종구 회장을 포함한 기존 경영진에 최대한의 자율권을 주면서 독자 경영수준의 배려를 해왔다"며 "하지만 선 회장은 자신만의 단독대표로 해 달라고 요구했고, 이는 최대주주의 경영참여를 영구히 배척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선 회장은 자신이 하이마트를 떠나 새로운 회사를 차릴 테니 임원들에게 동참여부를 알려달라고 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했다"며 "이는 월권행위로 하이마트 이사회에 대표이사 개임을 안건으로 추가하고, 이사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임직원들로 구성된 하이마트 비상대책비원회(비대위)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유진그룹의 일방적인 경영권 장악을 위한 대표이사 개임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하이마트가 업계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고 올해 3분기에도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은 선종구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리더십과 5천여 임직원이 피땀 흘려 이뤄낸 결실"이라며 "유통 사업의 경험이 없는 유진의 일방적 경영 참여는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진그룹은 상장을 위한 투자설명회 때에도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며 "이제 와서 공동대표 선임에 이어 정기주총을 두 달 앞두고 무리하게 임시주총과 이사회를 소집해 대표이사를 바꾸려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또 유진그룹의 무리한 요구로 하이마트의 발전을 저해하고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해왔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하이마트의 브랜드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유진그룹의 CI를 광고에 억지로 사용하라면서 지난해 연 48억원을 받아갔고, 올해는 40%나 증가된 70억 상당의 말도 안 되는 사용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진그룹은 하이마트의 상품 밴더로 참여시켜 달라거나, 수익성이 낮고 무리한 투자비용이 드는 서남아시아의 유통업체를 인수하자고 요구하는 등 회사와 주주 이익에 반할 수 있는 행위를 지속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자유통 시장에 대한 이해와 노하우가 없는 유진그룹이 경영에 참여할 경우 경영성과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그러면서 이사회에서 선종구 회장이 해임되고 유진그룹이 경영하게 될 경우, 부채가 많고 부실한 유진그룹에게 맡길 수 없어 전량 매각 처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이마트와 유진그룹의 이번 경영권 분쟁은 오는 30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표대결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표 대결로 이어질 경우 일단은 유진그룹이 유리하다는 평가이지만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기관 투자가들이 이번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하면서 하이마트를 지지하기 시작하면서 이번 경영권 분쟁이 어떻게 결론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