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한나라당이 한미 FTA를 강행처리한 22일 국회 본회의는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국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한미 FTA라는 전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사안을 처리하면서 한나라당은 비공개 회의를 강행했다. 국회 본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면서 본회의장 내부를 비추는 국회 방송은 물론이고 출입 기자들의 방청 역시 제한됐다.
이 때문에 기자들은 국회 본회의장 앞 복도인 로텐더홀에서 잠시 열린 문 틈으로 상황을 유추하거나 야당 의원들의 설명으로 상황을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하마터면 언론에 나오지 않을 뻔한 한미 FTA 강행 처리는 민주노동당 당직자와 일부 취재진이 기자실로 통하는 출입문을 뜯어내면서 일부나마 공개됐다. 의도하지 않게 국회 본회의실로 통하는 출입문이 열리자 국회 경위들은 당황하며 기자들의 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22일 본회의 비공개에 대해 '공개회의를 통해 카메라가 현장에 나오게 되면 폭력 사태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사유를 밝혔지만 이는 언론의 기능을 무시한 자가당착적인 발언이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정치 행위는 국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국제적 조약인 한미 FTA 비준안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같은 주요 사안에 대한 언론 보도를 막는 것은 국민이 선거에서 자신의 대변자를 선택할 기준을 제공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눈을 가리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언론 인터뷰를 들어 "민주당 내의 한미 FTA를 반대하는 강경파는 여당에게 짓밟히는 정치쇼를 하려는 것으로, 이를 통해 동정심에 호소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는 엄연히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18대 국회 들어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는 쟁점을 처리하는 중요 상임위에서 기자들의 출입을 막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국회의 모습은 지난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의결한 본회의가 방송돼 당시 거대 야권에게 엄청난 역풍이 분 이후 계속되고 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연합으로 처리되는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울부짖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됐고, 이는 국민적 반발로 이어졌다. 실제로 탄핵 역풍으로 당시 열린우리당은 17대 총선에서 과반을 넘는 승리를 거두었다.
국회의원은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입법자로 법적 기관이다. 그 책임이 막중한 만큼 이에 따르는 견제와 감시의 필요성 역시 크다. 국회가 언론을 통한 견제와 감시에서 자유롭고자 할 때 '독재'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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