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기자] '제한보다 협업이 필요하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IT서비스 기업의 공공부문 정보화 사업 참여 전면 제한을 골자로 한 정부의 '공생발전형 SW 생태계 구축전략'을 두고 소프트웨어(SW)업계가 업체간 협업을 통해 공공부문에서의 사업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대기업 계열 IT 서비스 기업들이 공공부문 정보화 사업에서 해오던 역할을 과연 SW업체들이 해낼 수 있겠냐'는 우려까지 가세하며 점점 힘을 받고 있다.
특히 SW 생태계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을 시장에서 배제하는 것만이 정답일 수 없다'는 주장과 '대기업과 중소 SW업체들이 상생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까지 연이어 제기되며 정부 정책에 대한 재검토 요구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 중소SW 업체, 사업 기회 확대 위해 '협업' 고려해야
지난달 27일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공생발전형 SW 생태계 구축 전략'은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 소속 SI 기업의 공공시장 신규 참여를 전면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정부 정책을 두고 IT 서비스 기업들과 SW 업계 모두가 기대보다는 우려를 더 많이 표하고 있다는 것. IT서비스 기업들은 대형 공공 프로젝트를 중소SW 업체들의 역량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SW 업체들도 어느 정도 이같은 우려에 공감하는 실정이다.
중소SW 업체의 역량으로는 대형 IT 서비스 업체들이 하던 역할을 대체하기 어려우며, 이에 따라 이번 전략의 혜택이 외국계 기업이나 상호출자 제한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중급 규모의 IT 서비스 업체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식관리시스템(KMS) 전문기업의 한 관계자는 "SW업체는 자기 사업 파트, 분야만 알고 있어 전체적인 IT 사업을 관리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차세대 정보화 사업처럼 규모가 큰 공공 정보화 사업에서는 SW업체가 사업주체가 되기 힘들고 이를 대기업들이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IT 서비스 산업은 고객의 요구에 맞게 각각의 SW를 개발하거나 조합해 전체적인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인데, 개별 SW 기업들은 이러한 사업 경험이 부족한데다 자기 분야에서만 전문성을 갖고 있어 대형 SI사들이 해오던 역할을 혼자서 맡아 하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관계자는 중소 SW업체간 협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력이 있는 중소 SW업체들이 협업을 통해 공공 부문의 통합 시스템 구축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통합 시스템 구축 사업의 경우, 특정 전문영역에서 강한 사업자 한 곳이 전체 사업을 감당하긴 어렵고, 중소업체끼리 힘을 합쳐 협업을 하여 진행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들웨어 전문기업의 한 관계자는 업체의 매출 규모에서 오는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SW업체들의 연매출 수준이 100~200억원대에 몰려있다"며 "이러한 수준으로는 대기업 계열 SI사들이 하던 대규모 공공 정보화 사업을 수주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IT 서비스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상당한 인건비가 필요한데 중소 SW업체들은 규모면에서 이러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고 회사가 인력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이를 유지해 나갈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분석했다. "중도에 사업을 접는 업체가 생기는가 하면, 있던 업체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 공공 부문에서 중소 SW 업체에 선뜻 사업을 맡기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티맥스소프트의 경우, 연매출 1천억원을 기록하던 시절, 인력을 2천명까지 늘리며 SI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각종 IT 프로젝트가 취소되는 바람에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사업을 중도에 접어야 했다.
이 관계자는 "단일 SW 업체가 대기업 계열사들이 해오던 역량을 발휘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관련 SW 업계와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그 고민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기업 배제보다 상생할 수 있는 토양 조성에 집중해야
SW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대기업을 시장에서 배제하는 것보다 정부와 대기업, 중소 SW 업체 각각이 제 역할을 수행케 함으로써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학훈 날리지큐브 대표는 "SW 분야에서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에 대해 그동안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계속해서 문제 해결이 안되다 보니 정부가 대기업을 향해 강수를 둔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와 대기업, SW업체가 각각 제 역할을 하면 굳이 대기업을 배제시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정부가 예산에 맞는 가격에 사업이 수주되도록 하여 SW가 제값 받고 팔릴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하고 대기업은 공공기관이 발주한 사업의 예산에 근거해 사업을 수주한 후 이를 바탕으로 SW업체들과 투명한 계약을 맺어야 하며 SW업체들은 자사 주력 제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내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화분의 흙이 안 좋으면 아무리 좋은 재목도 죽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 정부에서 세운 계획은 좋은 재목이나 그 나무를 지금의 토양에 심으면 얼마나 잘 자랄지 걱정"이라며 SW 산업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그런가하면 보안 SW기업의 한 관계자는 "SW 기업들에 제값을 주는 구조만 제대로 성립된다면 굳이 시장에서 대기업이 나가야할 이유는 없다"며 "이는 중소기업들의 부족한 사업 경험을 대기업들이 갖고 있고, 이들이 시장에서 할 일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수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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