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기자] #. 2000년식 소형 휘발유차로 출퇴근 하는 회사원 김진아(40, 성남시 복정동) 씨는 올 들어 유가가 오르자 집 옆 주유소 대신,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왕복 10km) 신흥동 셀프 주유소를 이용했다.
하지만 집에서 멀어 이를 포기하고, 얼마 전부터는 한달에 한번 지방에 있는 시댁에 내려가는 길에 그 곳 주유소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휘발유를 구입해 사용했다. 한번 내려갈 때마다 20리터(ℓ) 플라스틱통 5개에 한달 사용할 휘발유를 구입하는 것이다. 김 씨는 최근에는 이마저도 포기하고 집 옆 주유소에서 주유한다.
올 들어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김 씨 같은 알뜰 운전자가 늘고 있다.
3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김 씨처럼 집 옆에 셀프주유소나 정유4社 폴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농협주유소, 무폴 주유소가 없다면 일반 주유소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김 씨가 거주하고 있는 복정동의 S폴 주유소의 이날 ℓ당 휘발유가격은 2천9원이고, 김 씨가 이용하는 신흥동의 셀프주유소는 1천985원으로 24원의 차이가 난다.
김 씨가 차를 몰고 셀프주유소에서 20ℓ를 주유할 경우 3만9천700원이 들어간다.
만일 김씨가 집 옆 S폴 주유소에서 같은 양의 휘발유를 주유할 경우에는 4만180원으로 셀프주유소 보다 480원이 더 든다.
하지만 김 씨가 소유한 차량의 연비(13.6km/ℓ)를 감안하면 셀프주유소까지 0.74ℓ의 기름이 필요하다. 이를 이날 셀프주유소 고시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1천488.75원어치로 김 씨가 셀프주유소를 이용으로 얻은 이익보다 1천8.75원이 많다.
◆알뜰주유소 멀면 큰 효과 없어
김 씨의 차령이 11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보다 더 많은 휘발유가 들어갈 것 이라는 게 주유협 분석이다.
마찬가지로 김 씨가 주유하는 지방의 G폴에서 기름을 살 경우 이날 가격(1천979원/ℓ)으로 5개의 20ℓ통에 모두 19만7천900원어치의 휘발유를 구입할 수 있다.
또 이를 집 옆 S폴 주유소에서 구입할 경우에는 모두 20만900원으로 3천원이 더 비싸다.
이 돈으로는 김 씨가 구입한 G폴 주유소에서는 1.54ℓ의 휘발유를 더 구입할 수 있다. 차량에 100kg의 짐을 실은 점과 고속도도 주행거리·속도 등을 감안하면 김 씨는 1.54ℓ 이상의 휘발유를 더 사용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게 주유협에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가 이날 발표한 알뜰주유소 혜택을 볼 수 있는 운전자는 제한적이라는 게 주유협 주장이다.
주유협 관계자는 "집 근처나 자주 다니는 길목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유소가 없다면, 일반주유소와 큰 차이가 없다"며 "하지만 이들 주유소가 증가하면 인근의 일반주유소가 타격을 받는 만큼 협회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도 "고유가로 기름값을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썻으나, 주유하기 위한 이동거리와 시간 등을 고려하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반면, 소비자시민모임은 지경부의 알뜰주유소 도입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서혜 소시모 팀장은 "정부가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정유사 기름을 다량 구매해 자가폴과 농협 주유소 측에 공급하면 정유사들도 경쟁, 기름 공급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또 지경부가 자가폴 주유소 기름의 품질을 보증하고, 향후 자가폴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 국내 유가는 하향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 주유업계의 시장점유율은 주유소 개수와 비슷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0년말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는 모두 1만3천349곳으로 이중 SK에너지폴(3천721곳, 35%), GS폴(2천755곳, 27%), 현대오일뱅크(2천119곳, 19%), 에쓰오일(1752곳, 15%), 무폴(579곳, 4.5%), 수입사(0.1%) 등으로 각각 집계됐다.
또 이 기간 이들 주유소의 시장 점유율은 SK에너지(35.87%), GS칼텍스(29.1%), 현대오일뱅크(18.50%), 에쓰오일(14.60%), 무폴(1.92%) 등으로 확인됐다.
정수남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