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기자]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가 몇 만개 생긴다고 무선인터넷 산업이 발전하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 콘텐츠가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마케팅, 비즈니스를 도와줘야 합니다."
31일 서울 강남구 인근에서 만난 고진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장은 정부의 무선인터넷 산업 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고진 회장은 스마트폰 국내 도입 이후 무선인터넷 산업 발전에 대한 관심은 여느 때보다 높지만, '수박 겉핥기식' 지원이 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회장은 지난 9월 국내 최대의 무선인터넷 사업자단체인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MOIBA) 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지난 1994년 동영상 압축 표준인 MPEG 기술을 기반으로 '바로비전(現 갤럭시아컴즈)'을 창업했다. 2005년 삼성전자·SK텔레콤과 함께 '준' '멜론' 등 서비스를 만든 무선인터넷 분야의 산증인이다.
지난 20여년간 무선인터넷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고 회장은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 무선인터넷 산업은 최고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2000년 초반에는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의 무선인터넷 인프라, 기술을 따라올 수 없었습니다. 초고속인터넷이나 2G, 3G할 것 없이 우리가 해외의 국가들보다 앞서나가다 보니 지금과같은 오픈시스템을 등한시했어요."
그는 정부가 국내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위피(WIPI)'로 삼성, LG전자 등 제조업체를 보호할 수는 있었으나 무선인터넷 업체들은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정부, 대기업은 위피를 만들어 자기네 사업을 보호하려고 했습니다. 발전을 했다면 모를까 이통 3사의 서로 간 갈등으로 통일도 안됐어요. 위피 이전에 오픈 플랫폼을 만들려는 시도는 있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SNS라 할 수 있는 싸이월드가 페이스북처럼 되지 못한 것과 같이, 우리가 처음으로 개발했지만 세계적인 시장을 만드는데는 실패했습니다."
지난 2009년 스마트폰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피처폰에 공급하던 소프트웨어들이 구글·애플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로 대체됐다. 기존 이통사, 제조사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던 많은 업체들이 매출 급감 등 위기를 맞았다.
고진 회장은 많은 솔루션 업체들이 기존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글로벌 업체와 경쟁해야 했지만 해외 비즈니스 경험과 경쟁력이 부족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국내 많은 경쟁력 있는 업체들이 외국 거대 자본과 경쟁하게 됐고 그 게임에서 졌습니다. 기존 유통구조가 사라진 후 솔루션, 유통 업체들은 거리로 내몰리게 됐습니다. 지금 솔루션 업체들은 스스로 서비스 업체나 콘텐츠 업체로의 변신을 모색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고 회장은 이같은 진단에 따라 정부의 해외진출 지원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한다.
최근 정부의 지원 아래 앱 개발사가 계속 탄생하고 있지만, 숫자가 늘더라도 영세한 벤처업체 생태계만 반복된다면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힘들다는 인식 때문이다.
정부가 해외 마케팅을 지원하고 해외 시장의 정보를 공유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콘텐츠 기획력을 높힐 수 있는 기회의 장 마련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특히 고 회장은 유능한 인재들이 중소기업에 뛰어들어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인력문제가 가장 큽니다. 중소기업에 일 잘하는 개발 인력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인력 수급 흐름이 원활하도록,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정부가 나서 연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글로벌 진출을 도와야 합니다."
"정부도 방향은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세부 계획을 추진력있게 밀고나가야 합니다."
김현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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