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도 침구 청소기의 인기는 대단하다. 레이캅은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26개국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호주 내 세계적인 호텔체인 샹그릴라, 스탠포드 등에서 레이캅이 쓰이고 있으며 대만에선 7개월 동안 홈쇼핑 방송을 통해 100회 이상 매진 기록을 세웠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만난 이성진 대표는 "레이캅이 진출해 있는 해외 시장마다 못해도 두 달에 한 번은 꼭 들르는 편"이라며 "한달에 보름 정도는 해외에 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해외로 자주 나가는 이유는 새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이미 진출해 있는 시장을 지속적으로 관리, 점검하기 위해서다.
요즘에는 일본으로 자주 나가고 있다. 일본은 다른 나라보다 마케팅 비용이 2~3배는 더 드는 어려운 시장이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입소문이 났다. 지난해 말 일본 최대 홈쇼핑 방송 '자파넷 다카타'에서 레이캅을 론칭할 땐 홈쇼핑 방송 사장이 직접 제품을 소개하러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침구 청소기는 청결이나 위생에 민감한 일본 사람들의 생활 습관과 잘 맞는다"며 "일본에도 레이캅 같은 새로운 개념의 살균 가전은 없어 관심이 높다"고 덧붙였다.
국내 시장이 좁아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아니다. 국내 침구 청소기 시장 역시 부강샘스가 레이캅을 선보인 지난 2007년 이후 5년이 채 되지 않은 초기 단계다. 진공청소기 등 다른 가전제품과 비교하면 보급률도 아직 높은 편은 아니다.
때문에 국내 시장 역시 앞으로 규모가 더 커질 여지가 많다. 올해부턴 LG전자, 한경희생활과학 등 경쟁업체들도 잇따라 시장에 진출했다.
부강샘스는 '레이캅'의 브랜드력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그는 "기술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 소비자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낮으면 제품이 좋아도 구입하지 않는다"며 "살균 가전 분야에서 레이캅을 '톱 브랜드'로 만들어 삼성, LG도 못 따라간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의사에서 CEO로…변신 두려워 않는 도전 정신
침구 청소기 레이캅의 성공에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성진 대표의 도전이 한 몫을 했다.
이 대표는 이른바 '변신'의 달인이다. 그는 지난 1990년대 후반 한림대 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강동성심병원 인턴을 수료했다. 이후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미국 듀크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글로벌 제약회사 존슨앤존슨에서 근무했다.
그가 가업 승계를 위해 귀국한 건 지난 2004년. 이후 1년 뒤 건강가전사업부를 신설하고 2007년 3월 침구전용 살균청소기 레이캅을 내놓았다. 그 뒤로 지금까지 부강샘스 매출은 약 200억원 넘게 뛰었으며, 레이캅은 110만대 이상 판매됐다.
이 대표는 "이미 나와 있는 비슷한 제품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렵고 세계 최초의 제품을 선보여야 했다"며 "과거 경험을 살려 건강 및 의료와 관련된 부분을 가전제품에 융합시키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지난 1978년에 설립된 부강샘스는 각종 전자·자동차 부품 및 MP3플레이어 등 완제품을 국내 대기업 등에 공급하던 업체다. 지금도 매출의 많은 부분을 B2B 사업에서 거둬들인다.
장기적으로는 자체 브랜드 레이캅을 더 키워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2015년까지 레이캅 매출을 1천억원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라며 "그때 쯤이면 B2B 사업도 지금보다 더 성장한 1천억원 매출로 건강가전사업부와 5 대 5 균형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레이캅의 살균 관련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부강샘스는 올해 초 침구 청소기 외에 살균소독기 '레이캅 아이케어'를 선보이며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추가 브랜드 론칭을 위해 새로운 분야도 계속 조사하고 있다. 그는 "전혀 다른 카테고리로 사업 영역을 넓힐 때는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게 될 것"이라며 "레이캅 때와 마찬가지로 세상에 처음 내놓는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조사 중이다"라고 말했다.
부강샘스의 지난해 매출은 약 750억원 수준. 이중 25%인 150억원을 레이캅이 벌어들였다. 그는 "올해 약 200억~220억원의 레이캅 매출 신장과 작년 대비 10% 이상 성장한 전체 매출이 예상된다"며 "해외 시장을 공략할수록 기업 상장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어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웅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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