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애플이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캠퍼스에서 아이폰 행사를 개최키로 함에 따라 그동안 소문으로 돌던 아이폰5의 실체와 저가 아이폰에 대한 관심이 막바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 아이폰 신제품에 대한 관심과 함께 세계 IT 관계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8월 스티브 잡스로부터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받은 팀 쿡 새 CEO가 이날 대중들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주지하듯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는 세계 IT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행사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 행사를 이렇게 키운 데는 당연히 스티브 잡스가 갖고 있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탁월한 제품 프리젠테이션이 한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팀 쿡 새 CEO의 경우 회계 분야에서의 경영 노하우와 부품 공급 업체들과의 관계를 유지 발전시키는 데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갖고 있지만, 스티브 잡스처럼 미래비전과 프리젠테이션으로 대중을 견인할 수 있는 카리스마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는 오히려 그림자처럼 잡스를 보좌하는 역할에 더 충실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8월 스티브 잡스가 건강 상의 이유로 CEO 자리에서 물러남에 따라 이제 팀 쿡의 '홀로서기'가 그 자신 뿐만 아니라 애플의 미래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결국 4일 행사는 팀 쿡이 스티브 잡스 없는 상황에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지 없는 지를 다각도로 심판받는 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애플은 전통적인 신제품 발표 행사 장소인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있는 미술관 대신에 실리콘밸리에 있는 애플 캠퍼스를 사용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자칫 긴장할 수도 있는 팀 쿡을 배려한 것처럼 보인다.
스턴에이지 애널리스트 쇼 우는 "(4일 행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새 CEO인 팀 쿡이 키노트를 이끌 것인지와 스티브 잡스 참석 여부"라고 말했다. "그는 COO 전문가로 알려졌고 그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에게 잡스와 같은 카리스마가 없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팀 쿡이 4일 선보일, 잡스와는 다른, 새로운 카리스마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사실, 팀 쿡의 앞길은 탄탄대로 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한 뒤 애플은 컴퓨터와 MP3를 만들던 업체에서 세계 최고의 모바일 기기 업체로 거듭났다. 또 세계에서 몸값(기업가치)이 가장 높은 업체가 됐다. 거칠 것 없는 탄탄대로요 상승 일변도의 국면이었다. 아이폰은 그 사이 이 회사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수익의 60%를 차지하는 효자상품이 됐다.
하지만 시장은 더 험난해지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안드로이드 단말기가 하루 55만대가 개통될 정도로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 시장만 제한 해 볼 경우 지난 8월에 아이폰은 28%, 안드로이드폰은 4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특허 분쟁 등을 통해 애플은 경쟁업체들로부터 고립되는 형국이다.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 분야에서 혁신을 통해 기존 시장을 뒤흔들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며 애플을 추격자의 입장에서 파죽지세의 성장가도로 이끌었다면, 팀 쿡은 이 과정에서 자칫 소홀히 했을 수도 있는 분야를 다시 다져야 하면서도 또다른 새로운 혁신을 통해 추격자를 뿌리치고 더 성장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4일 행사에서 IT 전문가들이 팀 쿡을 통해 엿보고자 하는 것은 대중을 상대로 한 단순한 쇼맨쉽이 아니라 '포스트 잡스 시대'에 대한 어떤 가능성의 발견일지도 모른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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