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결국 33.3%를 넘지 못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을 연계하면서까지 총력전을 펼쳤던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25.7%의 투표율에 그쳤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탄생시켰던 강남3구가 이번에도 '오세훈 구하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서초구는 36.2%, 강남구는 35.4%, 송파구는 30.6%로 투표율을 끌어올렸지만, 유효투표 기준인 33.3%를 넘지 못했다.
당초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을 탄생시켰던 209만표보다 70만표가 더 많은 279만5천760명을 얻어야 하는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투표율이 투표함 개봉 요건인 투표함 33.3%에 이르지 못하면서 주민투표는 개봉도 하지 못하게 됐다.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지 못한 평일에 치러지는 주민투표나 재보궐 선거는 대체적으로 투표율이 낮다는 법칙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연계하며 주민투표를 진영 싸움으로 확대했고, 한나라당 또한 당 차원의 지원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보수 진영의 단결을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대표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부터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소극적이었다. 박 전 대표는 "무상급식은 지자체마다 사정과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23일에도 박 전 대표는 이같은 입장을 유지하면서 "서울 시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친박계를 대표하는 유승민 최고위원은 "주민투표에서 지면 지는 대로, 이기면 이기는 대로 당은 상당히 곤란한 위치에 처할 것"이라며 소득 하위 50% 학생들에 대한 무상급식을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안이 한나라당 내에서 당론으로 채택되는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여당이 16개 광역단체장 중 하나일 뿐인 서울시장에 끌려갔다고 비판했다.
2012년 대선을 정조준하고 있는 박 전 대표가 대형 이슈인 복지에 소극적인 후보라는 역공을 감수하면서도 주민투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이같은 모습은 주민투표에서 보수진영의 단결에 악재로 작용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부족으로 투표함 개봉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여당은 리더십의 위기를 맞게 됐다.
당장 친박계의 반대에도 무상급식 주민투표 지원에 나섰던 홍준표 대표와 나경원 최고위원 등은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치권의 경쟁적인 복지 포퓰리즘이 국가 부도 사태를 낳는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며 "잘 사는 사람에게 복지를 제공하느라 어려운 이들에게 돌아갈 복지를 제대로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했던 이명박 대통령도 상처가 불가피해 여권 전체가 리더십의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크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정소희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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