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이동통신 주파수를 경매를 통해 사겠다고 KT와 SK텔레콤이 3일 넘게 '무한 베팅'을 하고 있습니다.
단 3일만에 가격은 1천500억원 가까이 올랐죠. 상한선이 없는 경매방식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더 이상 베팅 못하겠다"고 포기하지 않는한 금액은 천정부지로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우리 정부는 처음으로 주파수 '경매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동안 사업자가 어떤 주파수를 갖고 싶다고 신청을 하면 정부가 심사를 한 다음 '할당'해 주는 방식이었으나 경매 방식을 도입해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를 사업자들이 더욱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물론 경매를 통해 가격이 올라가는 만큼 주파수 대가 상승분을 정부가 추가로 거둬들이게 되는데 정부는 이를 새로운 관련 산업 진흥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주파수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대한민국의 양대 통신사 KT와 SK텔레콤이 수천억원을 베팅하며 따내려는 것일까요.
주파수는 공용 자원입니다. 따라서 주파수를 이용해 이익을 내려는 사업자들은 국가로부터 이용 허가를 받아 써야 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한정된 주파수를 임대해주는 대신 일정한 대가를 요구합니다.
이동통신의 경우 300메가헤르츠(㎒)에서 3기가헤르츠(㎓)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는데, 어떤 주파수를 갖게 되느냐에 따라 사업의 큰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높은 대역의 주파수는 직진성이 좋고 반사가 잘 되는 성질을 지닙니다. 반면 낮은 대역 주파수는 멀리까지 도달합니다. 전달되는 과정에서 장애물에 부딪치면 파동이 장애물 뒤쪽으로 돌아가는 '회절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이동통신 서비스 초기에는 낮은 주파수 대역을 점유한 사업자의 '통화품질'이 훨씬 좋았습니다. 똑같은 수의 기지국이라도 전파 신호가 멀리까지 전달되고 건물이 많은 도심이나 높은 산간 지방에서도 전화가 '터지기' 때문입니다.
당시 SK텔레콤이 800㎒, KT와 LG유플러스(옛 LG텔레콤)가 1.8㎓ 대역의 서비스를 하면서 통화품질에서도 차이가 났습니다.
하지만 기지국이 전국에 그물망처럼 촘촘해진 지금은 주파수 특성에 따른 통화품질 차이는 많이 줄었습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모두 2.1㎓의 고주파를 지원하는데 전세계적으로 3세대(3G) 이동통신은 2.1㎓를 지원해 오히려 단말기 수입이나 통신장비 조달이 편하다는 이점이 있었죠. 국민들의 글로벌 이동이 잦아지면서 해외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같이 쓸 수 있는 대역이 더 좋은 대역으로 꼽힙니다.
남들과 같은 주파수가 없다면 어떨까요? 그 주파수로 통신 사업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대역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그 사업자는 다른 주파수를 쓰기 때문에 장비와 단말기 수입 등에서 차별을 받게 됩니다.
이번에 정부가 경매에 부친 주파수는 800㎒와 1.8㎓, 2.1㎓로 총 세 대역인데, LG유플러스가 단독으로 2.1㎓ 경매에 입찰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LG유플러스는 2.1㎓ 대역의 주파수를 과거 자진반납한 바 있습니다. 이로인해 3G 시대에 단말기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때문에 정부는 2.1㎓ 대역을 보유하고 있는 KT와 SK텔레콤을 배제시켰습니다.
대신 KT와 SK텔레콤은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처음으로 실시되는 주파수 경매에서 격돌하게 됐습니다. 두 회사 모두 1.8㎓를 선택해, 지금 하루 500억원씩 '베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1.8㎓ 대역 주파수는 전세계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차세대 통신기술인 4G LTE망의 주요 주파수로 선택하는 추세입니다.
지금대로라면 현재 3G 스마트폰용인 2.1㎓ 대역처럼 전세계의 '업계표준'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따라서 KT와 SK텔레콤은 1.8㎓ 대역을 선점해 4G 시대를 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 19일 금요일에 마감된 31라운드에서 1.8㎓의 가격은 또 568억원 가량이 올라 6천5억원에 이르렀습니다.
통신회사들이 주파수를 놓고 벌이는 한판승부,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 지 흥미진진한 시점입니다.
강은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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