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기자] 이명박(MB) 정부가 올해 국정 주요 과제로 경제성장 보다는 물가를 택한지 5개월여만에 물가 대신 다시 성장을 택했다.
MB는 지난 3월 초순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금년 국정 과제 중에서 성장과 물가 문제가 있는데, 우리가 물가에 더 심각하게 관심을 갖고 국정의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다"며 성장보다는 물가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옮긴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안정을 위해 당초 금리를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대내외 금융 불안 상황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이날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과 유럽 일부 국가들의 재정위기,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우려 등으로 국내 증시가 요동치자 기준금리를 두달 연속 동결하면서 경기 부양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난 5월 금통위는 기준금리(3.25%)를 인상하면서 올해 한 차례 더 금리를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가을께나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견됐으나, 지난 4월(4.2%) 5월(4.1%) 소폭 하락한 물가상승률이 6월(4.4%) 7월(4.7%)에 다시 오르자 금통위는 금리인상 카드를 조기에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다 지난 5일 미국의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S&P)社가 자국의 신용등급을 트리플A(AAA)에서 더블A플러스(AA+)로 한계단 하향 조정하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이달초 2천100선을 기록했으나, 지난 10일 1천800선으로 폭락하는 등 지난 4일 이후 닷새동안 시가총액 170조원이 사라졌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통위를 마치고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미국 경기의 부진, 유럽지역의 국가채무 문제,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이 우리 경기의 하강 위험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경기 부양에 주력하겠다는 것.
실제 이날 금통위 발표 이후 금융시장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 코스피는 11포인트 오른 1천817P로, 코스닥은 16포인트 가량 상승한 496P로 장을 마감했다.
물가안정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내세운 MB 정부가 물가를 포기하면서 각 부처는 물가안정을 위한 공조체제를 포기하고 각개 전투로 나가고 있다.
실물경제 수장인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기름값 인하를 위해 서울의 고유가 주유소 180여곳의 장부를 입수해 정유사 공급가 등과 일일히 비교해가며 유가를 인하할수 있는 요인이 있는 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또 12일에는 경기도에 소재한 한 자영 주유소를 방문해 유가 흐름을 파악하는 등 유가 안정을 위해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에 앞서 지경부는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안주유소 도입과 함께 물류비 절약으로 국내 기름값을 내리기 위해 일본 등의 석유제품 수입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구사하고 있다.
여하튼 정부가 물가 대신 성장을, 부처 공조보다는 각개 약진을 택한 이상 서민들은 하반기에도 고물가에 시달릴 전망이다.
이로써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올해 물가상승률이 최고 4.5%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한 내용이 현실화 될 조짐이다.
정수남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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