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주기자]성능은 높이고 가격은 낮추는 애플의 전략이 태블릿PC 시장 뿐 아니라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노트북 업체의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휴대성, 성능, 우수한 디자인을 모두 갖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블레이드형' 노트북들의 판매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성능이 더 향상된 후속모델들은 전 모델과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가격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는 10월이나 11월 쯤에는 1천달러 이하의 제품을 지향하는 인텔의 초슬림 노트북 플랫폼인 '울트라북' 기반 제품들도 국내에 시판되기 시작된다.
이에 따라 하반기엔 저렴하면서 성능도 뒤지지 않는 블레이드형 노트북들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시리즈9, 2만원 남기고 판다"
애플은 작년 11월 129만원에 맥북에어 11인치를 출시했다. 이후 삼성은 '시리즈9'를, LG는 'P210'을 각각 출시했다. 이 제품들은 성능과 휴대성과 우수한 디자인을 모두 갖춰 '맥북에어 대항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시 당시 '시리즈9' 11인치 모델은 출고가가 179만원이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13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인텔 2세대 코어i5와 4GB램 탑재 모델 기준이다.
유통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이 제품의 공급가격을 20만원가량 낮췄다. 유통 업체들 역시 최소 마진만을 남기고 판매하고 있다.
11인치 시리즈9를 130만원대에 판매 중인 유통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공급가를 20만원 낮춰 더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게 됐다"며 "2만원 남기고 팔면 많이 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워낙 많이 팔리기 때문에 장사를 지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트북 업계가 올해부터 넷북 같은 저가형에서 프리미엄 모델로 눈을 돌린 이유는 마진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많이 남긴 마진이 2만원이라면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다.
LG전자의 'P210' 역시 1세대 코어i5와 2GB 램 탑재품 기준으로 출시 당시 출고가는 129만원이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평균 판매가가 100만원이 채 안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다나와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판매된 P210 평균 판매가는 올해 1월 122만6천원에서 지난달 99만5천원까지 떨어졌다.
◆'고성능 착한 가격' 계속 된다
프리미엄급 제품들이 저렴하게 판매되는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애플은 이달 신형 프로세서와 최신 운영체제를 탑재한 맥북에어 11인치 신제품을 전작보다 더 저렴한 125만원에 출시했다. 전작은 구세대 프로세서인 '코어2듀오'와 '스노우 레오파드' 운영체제를 탑재했지만 신제품은 '2세대 코어i5' 프로세서와 '라이언' 운영체제를 탑재했다. 성능은 높이고 가격은 더 낮춘 것.
LG전자도 지난 10일 P210의 후속모델 'P220'을 전작과 비슷한 수준인 134만원에 출시했다. 2세대 코어i5와 4GB램을 탑재해 성능은 더 향상됐다.
이에 따라 전작 재고품들의 가격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컨시어지와 프리스비 등 애플의 리셀러 매장에서는 작년에 출시된 맥북에어 11인치 재고품들을 20만원 저렴한 109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들은 재고품 구매자들에게 사은품 행사까지 한다.
LG전자의 P210 역시 신제품 출시에 따라 가격이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제품이 저렴하게 출시됨에 따라 제조사들이 유통사들에 구제품 재고에 대해 어느 정도 금전적인 보상을 해준다고 유통업계는 설명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노트북 부문에서도 애플을 의식하기 시작해 프리미엄급 제품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며 "유통 단계에서 가격 경쟁이 붙어 실 판매가는 더 저렴해져 고성능과 가격경쟁력을 모두 갖춘 노트북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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