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KT가 2G망을 철거하겠다고 25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두번째 승인 신청을 냈다.
하지만 현재 잔류하고 있는 2G 가입자 42만명 중 절반인 21만여명이 016, 018과 같은 01X 번호 이용자여서 가입자 전환에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KT는 오는 9월30일부로 2G망 철거를 하겠다고 25일 방통위에 2G 서비스 폐지 승인신청을 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승인신청을 했지만 2G망 폐지 예정일이었던 6월30일 당시 가입자가 80만명 이상 남아있어 방통위가 폐지 승인 '검토'조차 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 다시 한 번 승인 신청을 한 것은 지난 7월20일 방통위가 조사한 기준으로 가입자 42만명, KT가 25일 기준으로 밝힌 가입자 수는 39만명으로 2G 서비스 이용자가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6월에 비해 2G 이용자가 대폭 줄었다 하더라도 이중 절반이 01X 이용자여서 KT의 2G망 철거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01X 이용자는 010 번호를 사용하는 2G 이용자보다 번호에 대한 애착이 강해 3G로 전환가입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방통위 010 번호통합 정책상 3G로 전환가입을 하게 되면 01X 번호 이용자는 3년 후 자신의 번호를 010으로 바꾸겠다고 '서약'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01X 번호 이용자들은 3G 망으로만 개통이 되는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고 2G망 이용을 고집하고 있다. 3년간 '유통기한'이 있는 번호이동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즉, 현재 남아 있는 KT의 2G망 가입자 중 전환을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가장 강경한 부류가 바로 01X 이용자인 것이다. KT는 이 가입자들을 3G로 전환가입시키거나 2G 서비스를 더 오래 이용할 수 있는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로 '이사'시켜야 한다.
서민기 010번호통합반대운동본부 대표는 "지금 남아 있는 20만여명의 KT 2G 가입자 중 10만여명은 전환 자체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강성 입장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KT가 자사 사정으로 2G망을 철거하게 된다면 01X 번호 이용자들은 결국 번호를 바꾸지 않기 위해 다른 통신사로 이동을 해야 하고 이에 따르는 제반 비용이나 보상 등은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KT 측은 공개적으로 제시한 조건이 고객에 대한 최선이라고 강조하면서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KT 고위 관계자는 "01X 번호 이용자라고 해서 어떤 혜택을 더 준다면 다른 2G 가입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차별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단말기 할부금, 위약금 면제 등 KT가 '받아야 할 돈'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3G 전환 가입자들에게 스마트폰 단말기 무상 지원, 요금제 승계, 요금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약속했다"면서 "이 약속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3개월만에 무려 40여만명이 2G망에서 빠져나왔다"고 설명했다.
막연히 '버티기만'하는 가입자에게 추가 혜택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이 KT 측의 입장인 셈이다.
이에 대해 서민기 대표는 "3G로 전환가입하라는 텔레마케팅 전화가 많게는 하루에 17통까지 온 적도 있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면서 "심지어 2G망 폐지 사실을 호도하면서까지 전환가입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01X 이용자들의 설 자리는 없어지고 있는데 3G에서도 01X 번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근본적인 문제해결 없이 KT와 방통위가 막무가내식으로 전환가입만을 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KT는 오는 9월30일까지 가입자 전환 캠페인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 2G망 서비스 이용자를 최소화한 후 방통위로부터 폐지 승인신청을 얻어낸다는 계획이다.
강은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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