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 기자] 봄이 왔는지 알기도 전에 벌써 뜨거운 수온주를 만난다. 무더운 여름날, 잘 자는 것 만큼 좋은 건강비법도 없다. 올바른 수면습관을 가져 무더운 여름철 자칫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얼마 전부터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는 김아름(30세)씨. 업무 성격상 늦은 밤까지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연스레 ‘올빼미형’이 되어버린 그녀는 낮과 밤이 바뀌어 불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최근에는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 때문에 뒤늦게 잠을 청해도 숙면을 취하기 힘들다. 어렵사리 잠을 청하고 허기도 달래기 위해 맥주 등에다 야식을 시켜 먹고 매번 잠자리에 들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속이 안 좋고 몸도 찌뿌듯하다. 며칠 후 친구들과 해변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약속한 김씨는, 그동안 불규칙한 수면습관과 매일 늦은 시간에 먹었던 야식 때문인지 피부는 거칠하고 불어난 체중에 남모르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올여름 특히 최고의 무더위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벌써부터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무더위가 계속 될 때는 더위로 인해 수면 자세가 흐트러지기 때문에 자고 일어나도 몸이 개운하지 않고 머리도 멍한 경우가 많다.
수면은 우리 몸, 특히 대뇌를 쉬도록 해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졸음이 온다는 것은 뇌가 휴식을 취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많은 양의 수면부족이 아니더라도 조금씩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한 경우도 식후나 회의 중에 졸음이 밀려올 수 있으며, 순간적으로 몇 초 정도 자신도 모르게 눈 깜짝할 새 잠이 들 수도 있다. 수면이 부족하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짐은 물론, 의욕과 업무 대처능력, 학습능력 등이 저하되며 특히 비만이 유발될 수 있고, 피부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장기적으로 부족한 수면을 보충해 주지 못하게 되면 ‘수면빚’은 더욱 가중돼 여드름과 같은 만성 염증성 질환, 비만 당뇨와 같은 성인병을 유발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게다가 억지로 잠들기 위해 알코올을 섭취하거나 잠들기 전 야식 등을 먹을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더운 여름 밤, 맥주 마시면 잠 잘 온다?
열대야가 나타나는 더운 여름 밤이 되면 냉장고에서 방금 꺼낸 시원한 맥주 한 잔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물론 적당량의 술을 마시면 긴장이 풀어지고 몸이 이완돼 쉽게 잠에 들 수 있다.
하지만 과음은 깊은 단계의 수면이 아닌 1, 2단계의 얕은 수면이 대부분의 수면시간을 차지하게 만들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더욱 안 좋은 것은 알코올에 ‘내성’이 있다는 것이다. 본래 알코올은 소량만 마시면 초기의 이완작용 이후에 각성작용이 생겨서 자다가 다시 눈을 뜨게 되기 쉽다. 그래서 더 깊은 이완작용을 위해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고, 마시는 술의 양은 점점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그럴수록 얕은 수면이 늘어나는 등 수면의 패턴이 무너지고, 수면의 질은 낮아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불면증이 있는 사람에게 술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독과 같다. 불면증이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한다면 가급적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로 적은 양을 마시도록 노력한다. 안주를 적당히 먹어서 술이 덜 취하도록 해야 하며 물을 함께 마셔서 알코올의 배설을 도와야 한다.
수면 부족, 비만의 지름길
사람들은 돼지를 가리켜 흔히 ‘먹고 자고만 반복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 두 가지만 한다면살이 찔 수밖에 없다. 먹고 나서 잠을 자서가 아니라, 먹고 나서 아무런 활동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수면에 초점을 맞춰 본다면, 오히려 부족한 수면이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사람의 몸은 잠을 자는 동안 배고픔을 느끼지 않고 오랜 시간 잠을 잘 수 있도록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이 수면 중 분비된다. 그러나 수면량이 부족하면 이 렙틴의 분비량도 감소돼 오히려 렙틴과 길항작용을 하는 식욕증진 호르몬인 ‘그렐린’의 분비가 증가하게 된다. 즉 충분히 잠을 자는 사람은 그만큼 허기를 덜 느끼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 사람은 더 많이 배고프고 식욕이 증진되는 현상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특히 김씨처럼 밤낮이 뒤바뀐 상태에서 수면이 부족한 경우라면, 밤에 야식을 먹고 활동은 하지 않으면서 수면은 부족한 경우로 비만의 지름길을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후 10시부터 밤 2시는 피부 수면시간
최근 고해상도의 HD TV, DSLR 등 얼굴의 작은 모공 하나하나 까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첨단 기기들이 속속 등장함에 따라 매끈한 도자기 피부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노력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화장품을 사용해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면 이 노력들이 헛수고가 될 수 있다. 꼭 불면증이 없더라도 보통의 사람들도 고민이나 스트레스 혹은 업무로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기고, 윤기 없이 피부가 거칠어지면서 가끔 여드름이나 뾰루지가 올라오기도 한다.
사람이 잠을 잘 때 깊은 수면단계에서는 성장과 발육을 주관하는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청소년기에는 주로 성장과 발육을 주관하지만 성장이 끝난 10대 후반이나 20대부터는 세포의 생성과 분열을 촉진해 손상된 조직의 회복을 돕는 쪽으로 그 역할이 변한다. 피부도 이 성장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데,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면 미성숙한 각질세포가 피지와 함께 모공을 막아 피부가 거칠어지고 여드름 같은 염증성 피부질환까지 일으키게 된다.
또 수면 중에는 생체리듬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대량 분비되는데, 이 멜라토닌은 피부에 작용하면 미백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면이 부족하면 자연스레 피부가 검게 변하게 된다. 허정원 수면장애 한방클리닉 자미원한의원 원장은 “건강과 피부를 생각한다면 적정한 시간 동안 양질의 잠을 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밤 11시에서 새벽 2시 사이는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활발한 시간이므로 거칠고 칙칙한 피부가 걱정이라면 이 시간에는 잠을 자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무작정 오래 잠을 잔다고 해서 건강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허 원장은 “잠이 피부를 좋게 하고 식욕을 억제한다고 해서 너무 긴 잠을 자는 것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는데 너무 오래 잠을 자면 수면의 깊이가 얕아져 깊은 수면단계에서 나오는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고, 전신근육의 운동이 부족해져 혈액순환이 늦어지고 부종이 생긴다”며 “지나치게 잠을 잘 경우 피부의 피지선 및 땀샘의 분비가 줄어들어 유분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지성피부로 바뀌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허 원장은 이어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로 건강에 이상을 느끼는 경우에는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게 좋다”며 “한의학적 치료는 수면뿐 아니라 피부 등 다른 신체의 기능까지 개선할 수 있으므로 항생제나 수면제를 통한 치료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기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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