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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50% 할인, 기준이 뭐야?"


'오픈프라이스제' 시행 1년, 소비자 혼란만

[정은미기자] 주부 강주희(31)씨는 최근 아이스크림을 사러 슈퍼에 갔다가 기분이 상해서 돌아왔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아이스크림 50% 할인'이라는 문구를 보고 통 아이스크림을 구매하려는데 겉포장 어디에도 가격이 써있지 않았다. 할 수 없이 50% 할인이라는 말만 믿고 3천원에 제품을 구매했다.

며칠 뒤 근처의 다른 슈퍼에서 60% 할인이라는 문구를 보고 '여긴 더 저렴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지난번과 같은 통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그러나 강씨의 생각과 달리 구매 가격은 60% 할인에도 똑같은 3천원이었다. "도대체 정확한 가격이 어떻게 되길래, 50%와 60% 할인에도 가격이 같은지 의아하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정부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아이스크림·빙과류·과자·라면 등 가공식품 4종에 대해 '오픈 프라이스(open price)'를 시행했다.

오픈 프라이스는 제조업체가 제품 포장에 표기하던 '권장소비자가격'을 없애고 유통업체가 상품의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것으로, 소매점들의 가격 경쟁을 촉진해 제품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취지의 제도이다.

그러나 정부의 예상과 달리 도입 1년이 다 되어가지만 물가를 안정시키기는 커녕 소비자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6월말 현재 롯데제과 '월드콘'의 경우 기업형슈퍼마켓(SSM)에서는 1개에 1천50원에서 1천400원으로 33.3%, 편의점에서는 1천500원에서 1천800원으로 20% 각각 인상됐다.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는 6월 말 현재 대형마트 평균 4개짜리 한 묶음에 3천600원으로 지난해 6월보다 300원(9.1%) 올랐고, 편의점에서는 1개에 1천100원으로 100원(10%) 올랐다.

농심 '신라면'은 대형마트와 SSM에서 각각 5개짜리 한 묶음이 2천920원으로 1년 새 변동이 없었으며 오리온 '초코파이'는 편의점에서 12개짜리 1상자에 3천200원, SSM에서는 2천590원으로 지난해 그대로였다.

품목별 판매량 1, 2위를 다투는 이들 제품 모두 지난 1년간 업태별로 가격 변화폭에 차이가 거의 없었고 오히려 인상됐다.

이에 대해 유통업체는 "어떻게든 가격을 낮추고 싶은데 제조업체 때문에 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식품회사 관계자는 "가격 결정권은 이미 유통업체에 넘어갔다. 현장 판매점에서 가격을 올리는데 소비자의 비난은 제조업체로 쏟아져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소비자 대상 홍보 부족도 문제다. 동네 슈퍼마켓 아이스크림 판매대 앞에는 기준도 없이 '50% 할인'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 재정비와 소비자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홍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은 "생필품에 가까운 가공식품은 제도 시행 전에 사전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야 했다"며 "가격 선택권을 유통업체에 넘겨주는 만큼 각 업체가 가격을 매기는 방식에 대한 정책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은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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