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벤처 업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서비스가 있다. 바로 소셜데이팅 '이음'이 그 주인공.
"지난해 미국의 소셜데이팅 시장 규모는 3조원으로 소셜커머스 1조원의 시장규모를 넘어설 정도로 활성화된 산업입니다. 국내에선 음지형 채팅 서비스 또는 딱딱한 결혼정보회사로 양극화돼 있어 중간 서비스가 없었죠." 박희은 이음소시어즈 대표(25)의 설명이다.
이음은 채팅을 통한 일회성 만남과 결혼정보회사의 중간 서비스다. 캐주얼 하면서도 믿을만한 온라인 만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안드로메다에서 내려온 이음신이 매력적인 지구 피플에게 매일 한 명의 인연을 선물해준다' 이음의 콘셉트다. 재미있고 톡톡 튄다.
이음에 가입을 하면 매일 한 사람씩 소개받을 수 있다. 대상은 20~30대 싱글 남녀다. 매일 정오에 1명씩 이성의 프로필이 도착하면 24시간 내에 OK를 할지 결정해야 한다. OK를 하면 이름과 연락처가 공개되는 방식이다.
이음은 굉장히 까다로운 '입국심사(가입절차)'와 회원관리로 이미 젊은 층에선 소위 '물이 좋다'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박 대표는 온라인으로부터 시작된 만남이라고 하면 꺼려하는 부정적 인식을 깨는 것이 큰 숙제였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음지형 채팅사이트을 통한 1회성 만남이 많아 부정적 인식이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트위터, 페이스북 등이 들어오면서 온라인에서 출발한 만남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고,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이음의 회원들은 쿨하게 이용해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말 정식 오픈한 이음의 회원 수는 당시 20명이 채 안됐지만 6월 현재 12만 명을 넘어섰다. 하루에 400~500명 정도의 회원이 새로 가입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비율은 1대 1.4로, 남성들은 이음에 가입하려면 기본 2주는 대기해야 한다.
가입절차도 까다롭다. 사는 곳: 서울, 취미: 영화보기, 성격: 활발. 이런 식의 프로필은 100% 탈락이다. 가입 후 관리도 철저히 한다. 여차 다른 마음을 먹었다가는 신고가 바로 들어오고 탈퇴처리 된다.
박 대표는 "무조건적으로 회원을 받고 있지 않아요. 회원 가입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키워드를 쓰는 센스입니다. 또 남성 회원을 대기시켜 놓는 게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일 뿐 아니라 함부로 행동하면 바로 아웃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라고 설명했다.
◆ 손익분기점 1달만에 넘어…22억 신규 투자 유치
이음이 단지 독특한 콘셉트의 서비스로만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 기업으로서는 탄탄한 재무구조와 매출 성과가 한 몫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재학시절부터 벤처에 관심이 많았다. 이 때문에 고벤처라는 벤처인들의 모임에 자주 나가 인맥을 쌓았고 지난해에는 여성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박 대표의 첫 직장은 엔씨소프트 글로벌 사업팀이었다. 해외 서비스를 조사하면서 온라인데이팅 산업을 접했고 고벤처에서 만난 고영하 대표와 김도연 전 피플2 사장 등의 조언과 자금 지원으로 지난해 이음소시어즈를 창업했다.
현재 고영하 고벤처 대표가 주주이자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고 강인태 인터파크 상무, 박소연 바른손 대표, 김광렬 이온소프트 대표, 정성은 위버마인드 대표 등이 주요 주주로 구성돼있다.
이음의 수익모델은 부분유료화다. 가입은 무료지만 데이트 신청을 위한 OK권, 상대방이 평가한 호감도 확인 쿠폰 등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음은 지난해 11월 정식 오픈한 후 한 달 만에 손익 분기점을 넘어섰다. 당시 유료화 전환으로 회원탈퇴 등을 대비해 미래에셋으로 투자 받은 5억원도 그대로 있다. 유료화 이후 첫달 매출은 6천만 원, 현재는 1억5천~1억6천만원 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벤처캐피탈 등으로부터 투자제의도 빗발치고 있다. 투자 관련 미팅을 가진 곳만 10군데가 넘는다. 이음은 IT 산업을 이해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줄 대상을 고른 결과 미국 벤처캐피탈사인 알토스벤처스와 코스닥 기업 슈프리마로부터 추가로 20~22억원 규모의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알토스벤처스는 현재 소셜커머스 쿠팡과 판도라TV 등에 투자하고 있는 벤처캐피탈로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기로 유명하다.
이음은 올 하반기 대대적인 리뉴얼과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용 앱도 출시한다. 해외 진출도 검토 중이다. 미국 엔젤투자자로부터 제의가 들어와 지분투자의 형식으로 북미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시장 조사도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지금이 이음에게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시기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싶어 투자도 받았다"며 " '이어준다'라는 콘셉트 안에 다양한 것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 이음은 캐시카우, 새로운 모델 구상
이음은 20~30대 싱글 인구 100만명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은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상 중이다.
박 대표는 "이음을 캐시카우로 가져가고 여기서 쌓인 데이터베이스와 노하우로 싱글 남녀의 연결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다"며 "링크드인 같은 잡과 관련된 서비스나 프라이빗한 네트워크를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음소시어즈의 직원들은 대부분 이음을 통해 입사했다. 이음 사이트에 올려진 공고를 보고 입사지원을 한 것. 최근 인턴사원 선발에는 135명이 지원해 13명이 뽑혀 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현재로서는 20~30대 싱글에게 기본적으로 가입해야 되는 서비스라고 인식되고 싶고 장기적으로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며 "'소개팅 시켜줘'가 아닌 '이음해'가 일반적인 문화가 되도록 이음을 가져나갈 계획"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영리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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