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 무더위에도 맥주보다 소주…왜?

[정은미기자] 한낮의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치솟는 등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표적인 여름 주류인 맥주보다는 소주와 막걸리의 매출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 눈길을 끈다.

최근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소주와 막걸리가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인다.

8일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소주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6.8%로 증가했지만, 맥주는 21.4%로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5월 한 달 동안에도 소주 매출 증가율이 18.3%로, 맥주 매출 증가율 18.1%를 약간 웃돌았다.

막걸리 매출 증가율은 더욱 높아 지난 5월에는 51.3%였고 이달 1~6일에도 42.6%에 달했다.

홈플러스도 지난달 1일부터 이달 6일까지 맥주 매출은 1년 전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쳤고, 소주는 그보다 높은 2.5%, 막걸리는 훨씬 높은 21.1%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올해 초여름 날씨가 일찍 찾아왔음에도 소주와 막걸리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이유로 물가 상승에 따른 체감경기 악화로 업계는 분석했다.

1병에 1천500원을 넘지 않고 도수가 높아 다량을 먹지 않아도 되는 소주는 불황에 잘 팔리는 대표적인 주류이고, 맥주는 1병에 2천원 안팎의 높은 가격에 한꺼번에 여러 병을 사 마시게 되는 부담이 더해지므로 경기가 좋을 때 잘 나간다.

막걸리도 소주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저렴하고 한꺼번에 여러 병을 사지 않게 되는 품목인데다 한국식품연구원이 지난 4월 막걸리에 항암물질 성분이 많다는 연구발표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와 막걸리는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으로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잘 팔린다"며 "최근 치솟는 물가에 서민 경제의 악화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소주와 막걸리가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