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트위터가 사진 또 다시 '생태계 파괴' 논란에 휘말렸다. 인기 서드파티 앱인 트윗덱을 인수한 데 이어 사진 업로드 기능까지 추가한 때문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트위터는 1일(현지 시간) 트위터닷컴(twitter.com)에서 직접 사진을 올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페이스북과 달리 트위터에선 그 동안 직접 사진을 올릴 수 있는 기능이 없었다. 이에 따라 트위터 이용자들은 사진을 업로드할 땐 트윗픽, 와이프로그 같은 서드파티 앱을 활용했다. 덕분에 트윗픽은 트위터 생태계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트위터가 자체적으로 사진 업로드 기능을 추가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용자들이 굳이 서드파티 앱을 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트위터의 이번 조치가 SNS 생태계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해 트위터 컨퍼런스 이후 분위기 달라졌다"
트위터는 출범 초기에는 API 공개를 통해 서드파티 앱 개발을 장려해 왔다. 하지만 지난 해부터 트위터의 개방 방침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트윗픽 창업자인 에버렛은 지난 해 4월 개최된 트위터 컨퍼런스(Chirp Day)가 분기점이라고 주장했다. 그 때부터 트위터가 서드파티에 대한 통제권을 휘두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해 컨퍼런스 당시 트위터는 트위터 기반의 인기 아이폰 클라이언트인 트위티(Twiitie)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트위티 인수를 계기로 트위터는 모바일 기반의 서드 파티 앱들과 직접 경쟁을 하고 있다.
트위터는 올해 들어선 본격적으로 서드파티 개발업체들과 갈등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관계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지난 달 발표된 트윗덱 인수다. 유버소셜에 이어 서드파티 앱 중 두 번째로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트윗덱을 인수함으로써 서드파티들이 생태계를 지배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트윗덱 인수를 선언한 지 열흘도 채 안돼 이번엔 사진 서비스까지 직접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면서 트위터 생태계에 터를 두고 있는 서드파티 업체들은 적잖이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트위터에 사진 업로드 기능을 추가할 경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트윗픽은 트위터 측으로부터 어떤 언질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트윗픽 창업자인 노아 에버렛은 매셔블과의 인터뷰에서 "트위터가 플랫폼을 소유, 통제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로드맵에 대해서는 우리를 비롯한 모든 개발자들과 좀 더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드파티 생태계 지배 의욕 강하게 표출
그 동안 트위터 생태계가 영향력을 키우는 데는 서드파티 앱들이 적잖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드파티 앱들은 실제 트래픽 면에서도 무시 못할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sysomos 자료에 따르면 트위터 생태계에서 오가는 전체 트윗 중 약 42% 가량이 서드파티 앱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서드파티 앱 중 대표적인 것은 유버미디어의 유버소셜이다. 유버소셜은 서드파티가 유발하는 트래픽 중 16% 이상을 점유하는 최고 인기 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버미디어는 유버소셜 외에도 유버커런트 등 다수의 앱을 통해 트위터 총 트래픽의 11% 가량을 유발하고 있다.
유버소셜 다음으로 인기 있는 서드파티 앱이 바로 트윗덱이다. 트윗덱은 서드파티 유발 트래픽 중 13.1%(전체 트윗량의 5.5%)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초 유버미디어가 트윗덱 인수를 추진하자 트위터 측이 긴장했던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둘이 손을 잡을 경우 트위터 전체 생태계의 20% 가까이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 입장에선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트위터가 지난 달 트윗덱을 인수한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경쟁의 싹을 미리 잘라버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트윗픽-와이프로그 운명은?
어쨌든 트위터의 이번 조치로 트윗픽, 와이프로그 등 인기 서드파티 앱들은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서드파티 앱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전망에 대해 트윗픽 측은 "힘들긴 하겠지만 생존엔 큰 문제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윗픽 개발자인 노아 에버랫은 "우리는 세계 전역에서 강력한 브랜드를 형성했다"면서 "트위터의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를 계속 유지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장담에도 불구하고 트윗픽을 비롯한 서드파티 개발업체들의 앞길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위터가 직접 사진 업로드 기능을 제공할 경우 이용자들이 굳이 서드파티 앱을 찾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트위터 입장에서도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용자들의 편의성 제고란 명목을 내세울 순 있지만 그렇더라도 '생태계 파괴자'라는 비난까지 피하긴 힘들다. 게다가 서드파티 앱들의 싹을 자를 경우 장기적으론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페이스북을 따라잡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질 수도 있다.
트위터의 이번 조치가 이용자 편의성 제고란 만족스런 결과를 얻어낼까? 아니면 '생태계 파괴자'란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될까? 최근 SNS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트위터의 예사롭지 않은 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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