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4년간의 협상 끝에 결국 법원으로 향했던 스타크래프트 지적 재산권 분쟁이 지난 17일에 끝났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와 한국e스포츠협회·온게임넷·MBC플러스미디어는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이하 스타크래프트)'에 기반한 2년간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폴 샘즈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위치한 블리자드 본사에서 만나 협상의 과정과 의미에 대해 물었다.
◆"e스포츠팬들을 위해 서로 양보했다"
폴 샘즈 COO는 '극적인 타결'이라는 표현을 경계했다. 그는 "4년동안 이미 한국e스포츠협회(KeSPA)·온게임넷·MBC게임과 대화를 했기 때문에 방향을 바꾼 것은 아니며 소송과 함께 대화를 계속 진행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폴 샘즈 COO는 "서로 양측의 입장을 가지고 있었지만 타협이 이뤄졌다"며 "양 측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협상이 e스포츠팬들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에 동의했으며 지적 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타협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크래프트의 지적 재산권이 보호되는 것이 이번 합의의 의미"라고 평가하며 "저작물을 활용하는데 있어 라이선스가 필요하다는 부분은 양측이 모두 인정했지만 계약 조항들에 대한 의견차이가 있어서 그 부분을 조율하는데 있어 시간이 걸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 샘즈 COO는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기 때문에 자세한 계약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스타크래프트의 방송 제작물에 대해선 각각의 토너먼트를 개최하는 주최자 측이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소유한다"고 밝혔다. 이는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중계방송에 대해서도 50%의 2차 저작권을 요구하던 처음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샘즈 COO는 "블리자드에겐 저작권 인정이 매우 중요한 것이었고 상대방 측에선 방송제작물의 소유권을 갖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플레이어와 이용자들의 e스포츠를 즐기고 관람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1은 오래되고 친숙한 스웨터, 스타2는 새로 산 스웨터"
지난해 블리자드에서 스타크래프트2가 출시되면서 스타크래프트를 둘러싼 지재권 분쟁은 같은 회사의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스타1 대 스타2'라는 대결구도처럼 비춰졌다. 특히 국내 e스포츠에선 한국e스포츠협회의 공인종목인 스타크래프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블리자드 입장에선 1998년 패키지게임으로 출시된 스타크래프트를 통한 수익 창출을 바라보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방한한 폴 샘즈 COO는 "지난 3년간 한국 시장은 블리자드의 글로벌 매출에서 평균 5% 정도의 비중을 차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폴 샘즈 COO는 "블리자드로선 스타2라는 새로운 제품을 이용자가 즐기게 되는 방향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샘즈 COO는 "스타2의 게임성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블리자드는 가장 우선적으로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직접 게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그 일환이 되는 것은 국내 e스포츠 파트너사인 곰TV를 통한 '글로벌 스타크래프트 리그(GSL)'다.
폴 샘즈 COO는 "지난 98년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됐을 때도 2년차로 접어들어서야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스타2의 경우 좀 더 적응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을 오래된 스웨터나 이불에 사람들이 애착을 느끼는 현상에 비유했다.
"스타크래프트는 사람들이 잘 알고 있고 많이 해봤고 게임전략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게임입니다. 저는 이런 애착을 오래된 스웨터나 좋아하는 이불과 비슷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새 스웨터도 입기 시작하면 편안해지기 시작하는 것처럼 앞으로 스타2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전략이나 게임스타일을 익혀가면서 점점 만족하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스타2, 글로벌 e스포츠로 키워나갈 것"
이번 합의를 통해 블리자드는 2013년 5월까지 스타1에선 KeSPA·MBC게임·온게임넷을 e스포츠 파트너로 맞이했으며 곰TV와도 같은 기간까지 파트너십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폴 샘즈 COO는 "스타크래프트2를 앞으로 세계적인 e스포츠 종목으로 키워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샘즈 COO는 "한국 e스포츠의 사례를 참조해 스타2가 세계적인 e스포츠 종목으로 자리잡고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e스포츠는 그간 협회나 방송사에서 잘 발전시켜왔고 e스포츠의 인기를 높이는데 기여했습니다. 한국의 뛰어난 프로게이머들이 다른 문화권에서 온 선수들과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면 한국 e스포츠에도 더 큰 발전이 있을 겁니다. 복싱 같은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스타크래프트도 세계적인 무대로 활약폭이 넓어진다면 더욱 재미있는 경기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캘리포니아 어바인=박계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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