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디지털 음원과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을 놓고 맞붙은 애플과 아마존이 세계 최고 팝 가수 레이디 가가의 새 음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을 놓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공격하는 쪽은 아마존이다. 파격적인 할인 판매가 무기다. 애플은 이에 대해 '무대응의 수성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아마존은 23일 하루 동안 14곡이 들어 있는 '본 디스 웨이' MP3 앨범을 99센트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이 앨범의 애플 아이튠스 판매 가격은 11.99달러다. 같은 앨범을 무려 12분의 1 가격에 제공하는 셈이다.
아마존은 이 행사 이후에도 이 앨범을 7.99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이 가격 또한 일반적인 도매가 약 9달러보다도 적은 것이다.
또 22곡이 든 특별판도 아이튠스(15.99달러)보다 3달러 싸게 판매하고 있다.
아마존이 이처럼 파격적인 할인 공세를 펴는 것은 최근 개장한 클라우드 서비스의 가입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클라우드 드라이브'와 '클라우드 플레이어'로 구성된 아마존의 클라우드 뮤직 서비스는 이용자에게 5GB의 저장공간을 무료로 제공한다.
또 MP3 앨범을 구매할 경우 이 공간을 20GB까지 무료로 확장해준다. 구매된 앨범은 클라우드 드라이브에 자동 저장되고 이용자는 모바일기기와 PC로 이에 접속해 다시 들을 수 있다.
할인 공세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자들이 몰려 들어 서버가 느려질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25일 특별판과 일반판은 아마존 팝송 판매 차트에서 각각 1위와 5위로 상위에 랭크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마존의 이같은 공세가 단기전에서는 효과가 있을지라도 장기전에서는 역효과가 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모든 노래를 이처럼 파격적으로 할인 판매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파격적인 할인 판매에 길든 소비자는 앞으로도 이를 기대할 것이고 그런 기대가 충족되지 못할 경우 유인 요소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 반면에 애플 아이튠스의 경우 시장의 우월적 상황을 이용해 정상적인 가격으로 판매를 하면서도 아마존에 밀리지 않고 있다. 15.99달러 짜리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 특별판은 이틀 동안 아이튠스 판매 차트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2003년에 선보인 아이튠스는 하드웨어인 아이팟과 상승효과를 내며 미국 디지털 음원 시장의 약 90%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보다는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읽고 그것을 사로잡은 전략이 주효했다.
이미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만큼 가격 경쟁을 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애플이 유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애플은 4대 음반 회사들과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클라우들 서비스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음반회사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음반사와의 계약이 중요한 것은 추후 서비스 과정에서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는 것 못지 않게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애플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과거 구매기록을 바탕으로 음반사가 고품질의 디지털 음원을 애플의 서버에 저장하고 이용자는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어떤 기기로든 이를 접속해 들을 수 있게 해준다. 이용자가 애플의 클라우드 서버에 자신의 노래를 하나하나 업로드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의 경우 새로 구매하는 앨범이 아닌 한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장조시기관인 IDC의 애널리스트 대니얼 레비타스는 "대부분의 사람은 '습관의 노예'라고 할 수 있다"며 "애플은 오래전에 여기에 잠금 장치를 해놓았다"고 말했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습관을 바꿀 수 있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지 않는 한 가격 공세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설명인 셈이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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