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주기자] 태블릿PC 시장 진출에 도전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아이패드2 장벽에 부딪친 가운데 아이패드와는 다른 타깃을 설정하며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직접경쟁보다 나름의 살길을 모색하는 셈이다. 일부 업체들은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국내 시장 출시 계획을 철회 또는 보류하기도 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TG삼보, 주연테크, 모뉴엘 등 태블릿PC 국내 출시를 계획 중인 국내 업체들은 아이패드2와의 직접 경쟁을 피하기 위해 기업 시장으로 눈을 돌리거나 가격 경쟁력을 더 강화하는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LG전자, 모뉴엘 등은 출시 자체를 보류 또는 철회했다.
지난달 말 국내에 출시된 아이패드2의 가격경쟁력과 소비자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이들이 과연 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LG전자 등 "이번 판은 쉰다"
해외에선 '지슬레이트'로 알려진 LG전자의 안드로이드3.0(허니콤) 기반 태블릿 '옵티머스 패드' 8.9인치 제품은 국내에 출시되지 않을 전망이다. LG전자는 이 제품을 유럽과 일본 등 해외에 이미 출시한 상태며 국내 시장 출시 시기를 검토했었지만 결국 시장성이 없을 것이라 판단, 우선 해외시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옵티머스 패드 국내 출시 계획은 없으며 차기 모델 출시 여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해외 물량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통사들은 스마트폰에 비해 태블릿 출시에 소극적인 편이다. 데이터 정액 요금 이상의 수익을 거두기 힘든데다 망부하를 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아이패드같은 인기모델이 아니라면 출시에 신중한 편이라는 설명이다.
또 아이패드2 가격이 낮게 책정돼 제조사들은 이통사가 원하는 수준의 출고가를 맞추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태블릿PC를 출시해도 아이패드2에 밀려 많이 판매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진을 낮추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제조사들의 입장이다.
국내 PC 업체 모뉴엘도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 윈도 및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을 출품하고 국내 출시 일정을 검토했다. 하지만 아이패드의 가격이 생각보다 낮아 출시에 어려움을 격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이패드가 499달러라는 소식에 출시 계획을 보류할 수 밖에 없었다"며 "현재 출시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며 일단 홈시어터 PC 등 우리가 잘하는 부문에 집중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할 정도의 판매량이 보장된다면 가격을 쉽게 낮출 수 있겠지만 작은 시장을 노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마진을 포기하는 정도가 한계가 있다는 게 업체들의 입장이다.
◆TG삼보 화끈한 가격·주연테크 '윈도' 선택
그럼에도 TG삼보와 주연테크는 계획대로 태블릿PC 출시를 결정했다. 가격 경쟁력을 확실히 갖고, 기업 시장에 눈을 돌리는 등 나름의 묘안을 찾아본다는 전략이다.
TG삼보는 지난 29일 39만9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10.1인치 안드로이드 태블릿PC '태빗'을 이마트를 통해 출시했다. 엔비디아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으며 운영체제는 최신버전인 허니콤이 아닌 2.2버전인 '프로요'를 탑재했다. 고해상도 영상 출력이 가능한 HDMI 포트 및 교육용 콘텐츠 앱 등을 기본 탑재했다.
업무용 프로그램 등의 호환성이 허니콤보다는 프로요가 더 낫다는 설명이다. TG삼보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 뿐 아니라 기업 시장을 염두에 두고 집중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연테크의 경우 안드로이드와 ARM 계열 프로세서 조합대신 대신 윈도 운영체제와 인텔 프로세서를 선택했다. 이 회사의 태블릿은 10.1인치 정전식 터치스크린 LCD, DDR3 메모리, SSD를 장착했다. 2분기 또는 3분기 중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미정이지만 저렴할 것이라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아이패드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컴퓨팅 환경은 아직 윈도에 더 최적화 돼 있는 점을 감안한 한국형 태블릿"이라고 강조한다.
업계 전문가는 "가격 경쟁력이나 제품 차별화가 확실하다면 승산이 있다"이라며 "하지만 틈새를 노리는 입장에서 마진을 많이 낮추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워 사업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현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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