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백지화된 동남권 신공항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하나의 대형 이슈가 등장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후 과학벨트)의 입지를 선정할 과학벨트위원회가 7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과학벨트는 세종시와 동남권 신공항에 이어 전국적인 갈등을 부를 수 있는 사안인만큼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를 만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배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는 보도로 충청권 반발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이같은 부담 때문인지 첫 회의에서 백지 상태에서 논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입지 선정은 전적으로 이 위원회에서 오늘부터 논의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입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교과부 안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분산배치 보도로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모두 부인한 셈이다.
이 장관은 "모쪼록 위원들은 과학벨트가 성공적으로 구축될 수 있도록 국내의 지역 이해득실에서 벗어나 과학적 판단과 대한민국의 미래발전을 위해서만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정치적 이해득실보다 과학적 판단에 기반해 판단을 내리겠다고 했지만, 각 당과 지역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지점에서 이같은 다짐이 제대로 지켜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충청권에서 강력한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충청도 몫 지도부인 박성효 최고위원부터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요 일간지 보도를 보면 이미 안이 다 확정돼 버린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부인하지만, 말은 그런 일 없다고 했는데 나중에 돌이켜 보면 일이 이상하게 가 있는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박 최고위원은 "과학벨트 문제가 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한 요식행위가 아닌 합리적이고, 신뢰라는 가치를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 문제는 자칫하면 정책의 범위를 넘어 대통령의 인품에까지도 번져나갈 수 있다"고 해 논란이 됐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고위정책회의에서 "대통령이 과학비즈니스벨트를 경북지역에 배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면서 "지역을 놓고 싸우면 결국 형님벨트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결국 형님 예산에 이어 형님벨트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동남권신공항, 반값등록금에 이어 과학비즈니스벨트까지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지 말아야 한다"며 "여기 터지면 저기 달래고, 저기 터지면 여기 달래는 땜장이식 국정은 이제 끝낼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충청권 기반 정당인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의 발언은 더욱 거셌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나의 정치생명과 정치인생을 걸고 말하고자 한다. 정체성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충청권의 모든 정파와 정당이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 "우리당과 미래를 함께 논의하고 행동할 수 있는 정파가 있다면 합당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공약을 해 놓고 그것을 뒤엎기 위해서 대가를 주는, 또 다른 공약을 한 지역에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쪼개주는 식의 불신의 정치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면서 "보수정권인 이 정권이 이런 식으로 불신의 정치에 빠지는 상황이 된다면 정치에 대한 모든 희망과 기대를 접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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