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윤기자] 국내 디스플레이업체의 11세대 LCD 설비투자 결정이 미뤄지면서 이를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전략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정부 기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연내 11세대 LCD 라인 투자 가능성이 희박해 지면서 이의 육성에 의지를 보였던 정부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략을 놓고 고민중이다.
11세대 LCD 투자는 효율성 등 측면에서 업계가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투자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태.
이에 따라 지난해 정부가 11세대 개발에 민관 공동 10조원 투자를 골자로 마련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육성방안이 시작도 못해보고 좌초될 판이다.
◆지경부 "11세대 투자하겠다는 업체가 없다"
지경부는 지난해 5월 11세대 차세대 LCD 라인 고도화에 민관 공동으로 약 1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및 관련 장비·부품 소재 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중국이 오는 2012년께 8세대급 LCD 장비 생산라인 가동에 들어갈 것을 겨냥, 중국과 LCD 기술 격차를 3년 이상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정부 차원에서도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 장비 및 부품 소재 개발에 오는 2017년까지 약 5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또 지난연말에는 최경환 당시 지경부 장관이 'IT 정책자문단' 회의를 갖고 올해 디스플레이 분야에 581억원의 예산을 투입, 11세대급 LCD 장비 개발 계획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11세대 투자에 나서는 업체가 없다는 점.
지경부 관계자는 "아직 11세대 LCD에 투자하겠다는 업체가 확정적이지 않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11세대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주로 11세대 LCD보다 OLED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11세대는 워낙 변수가 많으니 업체가 투자하기 어려운 부분을 정부가 준비하게끔 만들자는 취지는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8세대 이상 장비 핵심 부품 개발 지원 과제를 오는 6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라며 "3년간 진행하는 과제로 연간 20억~25억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세대 LCD 기술 개발을 위해 지난해 7월 출범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장비 개발 협의회'에서도 11세대 논의는 개점휴업 상태다.
협의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많은 업체에서 11세대에 대한 투자를 기대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져 (11세대 투자를) 누구도 이야기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11세대뿐 아니라 플렉시블이나 OLED에 대한 기술 이슈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효율이 나오지 않는 한 11세대 어렵다"
11세대 LCD 투자는 단지 시기 문제만이 아니라 효율성 논란으로 투자 여부 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업계는 11세대 투자와 관련 ▲수율 및 투자 효율성 문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대한 투자 우선 ▲60인치 이상 대형 패널에 대한 수요 불확실 등을 문제로 꼽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11세대 라인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시황도 좋지 않아 11세대는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분기부터 60인치 이상 패널을 8세대 라인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 역시 "국내에 8세대를 더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11세대 관련해선 이야기가 한참 들어갔다"며 "당장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7세대 및 8세대 라인을 통해 이미 65인치, 72인치 패널을 양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11세대는 우선 수율이 문제가 되는 것 같고 관련 업체들이 OLED를 더 보고 있는 것 같다"며 "11세대는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가게 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11세대 라인 장비가 준비됐느냐 하는 점에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 대표 LCD 장비 업체인 에스에프에이의 배효점 사장은 "부분별로 11세대 관련 장비 개발이 이뤄지고 있긴 하나 아직 멀었다"며 "샤프 역시 10세대에서 수익이 나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계 장비 회사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코리아의 강인두 사장은 "장비는 샤프가 10세대를 2년간 시행착오 겪으면서 진행한 만큼 어느정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강인두 사장은 국내 업체의 11세대 투자에 대해서 "안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보통 기업이 세대를 높이는 건 투자 효율을 올리기 위함인데 샤프가 10세대를 했는데 투자가 들어간 만큼 원가 절감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55인치 이상 TV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있느냐가 걸림돌"이라며 "경제 불안 위험성이 아직 남아있는 만큼 대형 TV가 얼마나 팔릴지 모르는 상황이고 수요가 많은 46~55인치 패널에는 7~8세대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김도윤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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