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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해외시장 공략 2.0' 시작


이용자 심층조사부터 현지업체 투자·제휴까지

개발된 게임을 해외로 퍼블리싱하러 나가던 시대는 끝났다.

제작 단계부터 글로벌 판권을 염두에 두고 제작해야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성공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발빠른 개발사들은 중소규모 해외 개발 업체에 투자하거나 기획 단계부터 외국인 기획자나 개발자를 적극 영입하면서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게임을 만들어 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넥슨(대표 서민)은 최근 1년간 해외 각국의 소셜네트워크·웹게임·iOS 기반 게임 개발사들에 700만달러(약 78억원)를 투자했다. 넥슨 측이 공개를 꺼린 해외 개발사들의 지분 투자분까지 합하면 이 같은 투자액은 1천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넥슨이 지난 22일 500만달러(약 56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힌 미국 게임개발사 '어빗럭키'는 멀티플랫폼 기반 소셜 게임에 강점을 지닌 회사로 구글의 M&A 책임자 데이빗 로위와 징가의 공동설립자 앤드류 트래더가 이 회사의 자문을 맡았다.

투자주체인 넥슨 아메리카의 다니엘 킴 대표는 "게임 시장이 급변하는 시기에 높은 이해력과 우수한 개발력을 두루 갖춘 베테랑 팀과 함께 일하게 됐다"며 현지의 우수한 인력을 확보한 데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3D 윷 없어도 '백도' 개념 알면 재미있는 게임 나온다"

넥슨 뿐 아니라 앞으로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우수한 개발력 뿐 아니라 현지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개발 단계에서부터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케빈 김 온넷 USA 사장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열렸던 '2011 세계 게임시장 전망 세미나'를 통해 "한국의 많은 웹게임 개발자들이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의 존재를 간과하고 윷놀이로 치면 '백도'의 묘미도 이해하지 못한 채 포커 게임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케빈 김 사장은 "'백도'를 왜 넣어야 되는지 모르면서 만든 윷놀이 게임에 3D 윷 그래픽을 넣는다고 이용자들이 찾겠느냐"고 반문한 뒤 "'징가 포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게임에서 이기면 다른 이용자들에게 맥주 아이콘을 돌리고 트위터에 자랑하는 문화적 관점을 이해하고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임빌(대표 송병준)은 글로벌 오픈 마켓 공략을 위해 영국 개발사 포프린트게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 액션 퍼즐게임 '카미레트로'를 애플 미국 앱스토어에 출시했다.

송병준 게임빌 사장은 "국경없는 경쟁이 벌어지는 올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굉장히 많은 연합과 인수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며 "외부 개발자의 혁신적인 아이디어 등을 반영해 글로벌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제시스템 고려해 게임 설계…현지에 맞게 스토리 검정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의 '길드워2', 블루홀스튜디오(대표 김강석)의 '테라' 등 하반기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현지화를 진행 중인 온라인게임에도 예외는 없다.

'테라'를 개발한 블루홀스튜디오 관계자는 "'테라'에 등장하는 휴먼·케스타닉·바라카·포포리 등 7개 종족은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 초기부터 해외 이용자들까지 참여하는 심층 인터뷰(FGI)를 통해 디자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이용자들 사이에선 예쁘거나 귀여운 '하이엘프'나 '엘린' 종족의 인기가 높은 반면 북미 지역에선 우락부락한 이미지의 '바라카' 캐릭터를 선호하는 식으로 지역별로 캐릭터 선호가 다르다"며 개발 단계부터 각 지역 이용자들의 선호를 골고루 반영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현재 블루홀스튜디오의 북미 법인인 엔매스엔터테인먼트는 던전앤드래곤 작가로 유명한 데이비드 누난을 포함, 전문시나리오 작가 10여명을 투입해 '테라'의 스토리 구조를 북미 이용자들이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엔씨소프트 웨스트를 통해 북미에서 서비스 중인 '아이온'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선녀와 나무꾼'에서 스토리를 차용한 퀘스트 등 우리나라 이용자들에게 친숙한 이야기를 북미 이용자들에 맞게 수정하는 작업을 거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엔씨소프트에서 제작되는 모든 게임은 글로벌 서비스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각 국가별 결제시스템 차이 등을 이미 게임 기획단계에서부터 모두 검토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한다"고 전했다.

박계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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