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결국 공정위가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 통신업계 휴대폰 보조금 및 출고가 현장조사에 착수하면서 IT 업계에서 나오는 얘기다.
현장조사는 휴대폰의 높은 출고가, 서비스 업체와 제조업체간 보조금 몰아주기 등 담합 과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 확인에 있다는데 업계는 이를 통신요금 인하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칼 끝이 서비스 업체와 제조업체가 짜고 단말기 출고가를 부풀리고, 약정할인 등을 통해 마치 큰 폭의 할인을 해주는 식으로 높은 요금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혹을 겨냥하고 있다는 얘기다.
공정위측이 현장조사에 착수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정확한 사실확인에는 말을 아끼고 있으니 추측만 무성하다. 그러나 그동안 공정위가 물가관리 차원에서 가격담합 등 조사에 의지를 보여왔고, 최근 정부가 휴대폰 요금 인하 등에 목소리를 높여왔던 만큼 업계가 이를 '요금인하'를 위한 조사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욱이 공정위가 국내의 독특한 휴대폰 유통구조나, 말 그대로 해묵은 보조금 문제를 모를리 없기 때문이다.
국내 휴대폰 유통은 이통사가 구매해서 대리점을 통해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형태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보여지는 구조로, 속칭 제조업체와 이통사가 갑과 을의 관계다. 제조업체가 '높은 출고가' 유지를 위해 이통사와 담합했다는 상황인식이 성립안되는 구조다.
또 이통사, 제조업체, 심지어 대리점까지 휴대폰 보조금이 성행하는 국내에서 출고가는 의미가 없다. 출고가 대로 사는 소비자도 없을 뿐 더러 요금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같은 모델인데 제조업체가 직접 유통하는 유럽과 국내 출고가가 다르다는 문제는 이 같은 휴대폰 유통구조 차이에서 불거지는 잡음인 경우가 많다.
실제 공정위는 과거 특정업체 단말기를 차별한 모 이통사에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국내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은 이통사에 거의 완전히 예속된 구조" 라 적시한 바 있다.
휴대폰 보조금 문제는 더 복잡하다. 보조금은 이미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용자차별'을 근거로 상한선을 두고 있고 심지어 어떤 모델은 되고, 어떤 모델은 안된다는 식의 유권해석까지 해주고 있다.
휴대폰이 가입자 유치를 위한 경쟁 포인트가 되기 때문에, 주력모델인 경우 서비스 업체의 보조금과 제조업체의 판매장려금이 더 실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탓에 보조금 차등지급 등 논란은 과거에도 심심찮았다. 공정위에 이를 문제삼는 경우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불공정거래행위로 보고 규제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심지어 이통사가 제조업체에 판매 장려금 명목으로 보조금을 부담케 하는 것 조차 논란만 무성했지 직접적으로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보조금이 기업의 마케팅 수단이어서 과도한 규제라는 부담과, 보조금이 많을 수록 휴대폰 가격이 낮아져 소비자 편익이 늘어 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보조금 규제가 휴대폰 가격을 일정수준으로 유지케 하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해당된다며 옛 정통부 시절 담합을 조장하고 있다고 발끈했을 정도다. 공정위가 최근 출고가와 보조금을 문제삼아 현장조사에 착수한 것을 새삼스럽게 보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공교롭게 정부가 한창 이통요금 문제를 거론하는 것과 시기도 맞아 떨어졌다.
사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요금 문제도 SK텔레콤이나 KT 요금제를 정부가 인가해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뒤가 안맞기는 마찬가지다.국내 이통시장은 정부가 사업자를 선정해 이를 허가하는 전형적인 규제산업이다. 요금 수준이 높다면 주무부처의 행정지도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결국 공정위가 요금인가와 보조금 규제를 시행중인 방통위 행정지도를 문제삼는 형국이다. 그러니 또 밥그릇싸움이냐는 식상한 얘기까지 나온다.
설비투자도 받고, 출연금 등을 받아야 하는 방통위로서도 이통사 이익과 직결되는 요금 문제에는 다른 부처와 셈법이 다르다. 이는 마치 세수확보 차원에서 유가가 치솟는데도 유류세는 못내린다는 재정부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가관리건, 요금인하가 취지도 좋고 명분도 분명한데 자꾸 멀쩡한 대기업들을 힘없는(?) 약자로 비쳐지게 한다. 공정위가 시장개입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박영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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