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국내 제약업계에 태블릿 PC 열풍이 불고 있다. 태블릿 PC는 신약 보유가 많은 다국적제약사들이 앞서 도입해 임상자료를 활용한 학술마케팅에 활용해 왔다.
하지만 리베이트 쌍벌제와 실거래가상환제 등 정부가 지속적으로 강력한 리베이트 근절 의지를 보이는 등 제약영업 환경이 급변하고, 최근 각 기업들마다 앞다퉈 태블릿 PC를 업무에 도입해 성과를 나타냄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 역시 갤럭시탭, 아이패드 등 태블릿 PC를 활용한 영업력 극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태블릿 PC는 키보드 대신 스타일러스 펜이나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조작하는 휴대용 다용도 소형 컴퓨터.
태블릿 PC를 지급받은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의약품의 효능과 효과를 알리기 위한 각종 학술 자료 및 제품 정보·홍보 리플릿 등을 비주얼과 정보를 결합한 맞춤형 프레젠테이션 콘텐츠로 휴대해 업무상 활용도를 높일 수 있고 주문 및 재고관리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다.
여기에 영업 대상인 의사 등 전문가집단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를 즐기는 수가 많아지면서 태블릿 PC를 이용해 그들과의 실시간 대화를 통한 고객 접점을 강화, 철저한 고객관리도 가능하다.
최근 보령제약과 JW중외제약은 영업사원에게 태블릿 PC를 지급, 영업력 강화에 나섰다.
보령제약은 지난 2일 국산 고혈압신약 '카나브' 발매식에서 50여명의 영업사원에게 애플의 '아이패드'를 우선 지급했다. 보령제약은 향후 순차적으로 전 직원에게 확대 지급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아이패드의 영업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의료학술 정보교육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제약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활용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일정에 쫓기는 의사들에게 짧은 시간내에 제품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제약영업의 특성상 아이패드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이패드를 지급받은 사원들은 제품 정보와 병원별 처방기록 등을 그래프나 사진으로 저장해 맞춤형 콘텐츠로 제작하는 등 대체로 만족감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W중외제약도 지난 3일 영업사원 500여명에게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을 일괄 지급하면서 영업력 강화에 나섰다.
JW중외제약이 지급한 갤럭시탭에는 자회사인 중외정보기술이 개발한 '모바일 영업 자동화 솔루션'을 장착해 영업사원이 갤럭시탭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의약품 재고 및 주문현황 등을 처리할 수 있게 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태블릿 PC 지급을 통해 지난해부터 중점 추진하고 있는 학술마케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주력제품에 대해 인쇄물 등으로 제품정보를 전달하던 MR(영업사원)들이 앞으로 사진,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최신 의약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 업무 역량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앞으로 병원과 약국 등 영업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보강하는 등 활용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현재 국내 제약사 중 동아제약과 녹십자 관계자도 태블릿 PC 지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국적제약사들 중에는 한국노바티스처럼 전직원에게 태블릿 PC를 지급해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회사도 있다. 한국오츠카제약, 한국에자이, 한국머크세로노 등도 영업·마케팅 사원에게 태블릿 PC를 지급해 영업력 향상을 꾀해 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의 복잡한 유통 분배 과정 특성상 관리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매출에 기여할 수 있다"며 "영업사원은 태블릿 PC를 이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현지 근무 시간 증가를 통해 업무 능력을 높일 수 있고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고객의 요구조건을 신속하게 접해 영업에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업사원들에게 단순히 태블릿 PC를 지급했다고 해서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섣부른 예상일 수도 있다.
한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사원들 역량에 따라 스마트폰만으로도 충분한 사람도 있고, 태블릿 PC를 줘도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며 "단순히 영업사원들에게 태블릿 PC를 지급하는 데 그치지 말고 교육 실시 등 적극적으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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