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플랫폼이 불타고 있다.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노키아의 '구원투수'로 나선 스티븐 엘롭 최고경영자(CEO)가 9일 메모 형식으로 사내 임직원에게 한 말이다. 이대로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노키아에게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운영체제(OS)와 조직구조를 혁신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이 혁신 조치는 이틀 뒤인 11일 런던에서 열릴 예정인 애널리스트 대상 브리핑에서 발표될 것으로 예상돼 스마트폰 업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스티븐 엘롭 "노키아 플랫폼에 불이 났다"
그는 직설적으로 노키아와 경쟁업체를 비교하기도 했다.
"아이폰이 처음 나온 것은 2007년이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와 경쟁할 만한 제품을 같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안드로이드는 나온지 불과 2년밖에 안됐지만 얼마전에 우리는 세계 1위 자리를 그들에게 넘겨줘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 모두 너무나 엄청난 일이어서 믿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엄혹하고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엘롭은 특히 심비안 운영체제를 언급했다. 그는 "심비안을 밀어부치는 전략이 경쟁업체와 대적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현재 개발중인 '미고(MeeGo)'가 고급 스마트폰 플랫폼에서 성과를 낼 수도 있다고 노키아는 생각하고 있지만, 올해 미고 제품은 단 한 종만 나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운영체제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대목으로 읽힌다.
그는 또 상황이 이렇게 까지 된 이유에 대해 책임감과 리더쉽의 부족, 그리고 회사 내부의 고집스러운 태도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스티븐 엘롭은 결과적으로 노키아의 행동양식을 크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미래가 불확실하더라도 그 속으로 과감하고 용기 있게 뛰어드는 혁신적인 조치가 지금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휴 파트너, 윈도폰일까? 안드로이드일까?
엘롭의 메모나 세계 유력 신문들의 분석을 종합할 때 그의 2.11 혁신조치는 크게 두 가지로 예상된다. OS의 변화와 조직개편이 그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노키아의 스마트폰 정책에 대해 책임을 묻는 형식이 될 전망이다.
여기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내부 조직개편보다 OS에서의 변화다. 조직개편은 회사의 효율성의 문제지만 OS의 변화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송두리째 흔들 수도 있는 메카톤급 이슈이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여전히 휴대폰 분야 세계 1위이고 경쟁력 있는 OS와 결합할 경우 그 파괴력을 무시할 수 없다.
지금까지 나온 분석에 따르면 노키아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제휴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티븐 엘롭이 MS 출신이고 두 회사를 잘 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스마트폰 시장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는 두 회사는 서로를 상당히 필요로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제휴 가능성이 높은 편인 셈이다.
하지만 MS의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윈도폰이 일반 대중에게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비해 섹시하지 않게 보인다는 점에서 둘의 제휴가 실효를 거둘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보는 분석가들도 적지가 않다.
이 점에서 노키아가 전격적으로 구글과 손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될 경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급격하게 안드로이드로 쏠릴 가능성이 다분하다. 안드로이드가 PC에서의 '윈도'로 완전히 부상할 수 있다. 애플과 구글의 경쟁에서 애플이 완벽하게 포위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마침 구글 부사장인 빅 군도트라(Vic Gundotra)가 8일 밤 본인의 트위트 계정을 통해 묘한 발언을 해 주목을 끌고 있다. 그의 트윗은 "2월11일 Two turkeys do not make an Eagle"이다. 2월 11일이라고 적은 것으로 봐 아마 노키아의 행사를 가리키는 말인 게 분명하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먼저 두 마리의 칠면조(turkeys)를 구글과 MS로, 한 마리의 독수리를 노키아로 해석할 수 있다. 노키아가 두 OS를 모두 선택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고 하나를 선택하는 게 좋은데 구글이 더 유리하다는 쪽으로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포춘 인터넷판은 이렇게 해석하는 데에 조금 더 무게를 둔 듯하다.
그렇게 해석할 경우 이 멘트는 노키아와 구글의 제휴에 대한 암시인 셈이다.
그 반대의 해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칠면조를 노키아와 MS의 조합으로 보고 구글을 독수리로 보는 것이다. 세계 주요 언론들이 예상하고 있는 것처럼 노키아와 MS의 제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 두 회사가 제휴해봤자 결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능가할 수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하면 된다.
그게 무엇이든 이틀 뒤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빅 이슈가 공개될 것이다.
/캘리포니아(미국)=이균성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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