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같은데 주전선수를 맞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게임이 볼만해질 것이다. 선수가 잘했던 것인지 감독 전략이 뛰어났던 것인지 그동안 애매했던 문제가 명확히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 이동통신 시장이 이와 같은 흥미진진한 게임을 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 2위 이동전화 사업자인 AT&T는 모토로라 모빌리티의 '아트릭스 4G'를 이 회사 전략 스마트폰으로 집중 지원키로 했다. 애플 아이폰에 대한 독점이 깨진 상태에서 AT&T가 들고나온 가장 중요한 정책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모토로라가 누군인가. AT&T가 애플과 밀월관계를 맺고 아이폰으로 한창 재미를 볼 때 이를 공격해오던 버라이즌 진영의 최전방 공격수. 다 쓰러져가던 휴대폰의 명가 모토로라는 새로운 CEO 산자이 자의 용단 아래 버라이즌 및 구글과 안드로이드 삼각동맹을 맺고 이 동맹의 스마트폰 핵심 제조업체로 부상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었다.
그런 모토로라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1'에서 가장 촉망받는 스마트폰으로 꼽힌 자사 전략 제품 '아트릭스 4G'를 통해 과거의 적진이었던 AT&T와 과감하게 손을 잡은 것이다.
AT&T는 이날 '아트릭스 4G'를 2년 약정으로 3월 6일부터 199.99달러에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2월 13일부터 사전판매에 들어간다. 재미 있는 것은 AT&T가 '아트릭스 4G' 판매를 밝힌 이날은 버라이즌이 CDMA 아이폰4에 대한 예약 판매를 시작하는 날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버라이즌 아이폰4는 오는 10일부터 매장에서 본격 판매에 들어간다.
버라이즌 아이폰4 판매에 맞서 주전선수를 바꾸며 강력 대응한 셈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2위 사업자인 AT&T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최상의 '미끼 상품'은 누가 뭐래도 아이폰이었다. 효과가 컸다.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구글과 연대하면서 모토로라, 대만의 HTC, 삼성전자 등의 안드로이드폰을 내세우는 전략을 폈다. AT&T-애플 동맹군에 맞선 버라이즌 연합군의 반격은 의외로 강력하였다.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을 앞선 것.
애플로서는 버라이즌 연합군의 연대에 균열을 내야할 필요가 생겼고, 마침내 버라이즌과 손잡고 CDMA 아이폰을 공급키로 했다.
문제는 같이 아이폰 공급할 때 AT&T가 버라이즌에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는 점이다. 통신망의 품질 때문이다. AT&T로서는 아이폰이 가입자를 유치할 '미끼 상품'으로서의 효력이 더 이상 없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AT&T는 주전선수를 바꿀 수밖에 없었고, 그 선택이 버라이즌의 대표주자였던 모토로라이고 그 최신 전략상품 '아트릭스 4G'인 것.
물론 이제 AT&T와 버라이즌 모두 아이폰과 안드로이폰을 공급하게 됐지만, 두 경쟁 이동통신 회사가 내세울 올 상반기의 상징적인 대표선수는 '버라이즌의 아이폰'과 'AT&T의 아트릭스 4G'가 된 것이다.
/캘리포니아(미국)=이균성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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