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의 상용화가 멀지 않았다. 그래핀을 투명전극의 소재로 활용하는 방식은 이미 산업화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벌집 모양의 육각 구조를 이루면서 한 층으로 펼쳐져 있는 탄소 나노 소재다.
그래핀은 반도체 소재로 쓰이는 실리콘보다 전하 이동 속도가 100배 이상 빠르다. 강도는 강철보다 100배 이상 강하다. 빛을 98% 통과시킬 정도로 투명하다. 자기 면적의 20%까지 늘어날 정도로 신축성이 좋다.
이 같은 특성으로 그래핀은 반도체 및 투명전극 소재로 쓰일 수 있고 손목시계 모양의 컴퓨터, 종이 두께의 모니터 등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6일 디스플레이뱅크가 주최한 '그래핀 응용 신시장 창출을 위한 컨퍼런스'에선 그래핀을 대면적으로 대량생산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 상용화 방법 및 기술 개발 동향 등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약 200명의 인원이 참가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객석을 꽉 매워 최근 그래핀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발표자로 참여한 안종현 성균관대 교수는 "그래핀을 반도체 소자로 활용하는 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투명전극은 상용화가 매우 가깝다"며 "이미 산업화 초기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실제로 산업에 응용하려는 시도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10년 정도 지나면 그래핀을 활용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이 많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종현 교수는 지난해 6월 그래핀을 활용한 30인치 크기의 터치스크린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주목을 끈 인물이다.
안종현 교수는 "그래핀을 터치스크린 핵심 부품인 ITO(투명전극)를 대체하는 소재로 활용할 경우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터치스크린의 성능을 뛰어넘을 수 있다"며 "그래핀은 재료 값도 싸고 잘 휘어지는 특성이 있어 더욱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특히 "그래핀의 또다른 특성은 ITO 기반의 터치스크린 제조 공정에 전혀 변화를 주지 않고 ITO 대신 그래핀을 적용해 터치스크린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호환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라며 "그래핀 양산 및 응용기술에 있어선 우리나라가 최고 수준이고, 많은 지원을 할 경우 일본을 능가하는 최초의 소재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핀 투명전극 시장 4년 뒤 6조원 규모"
그래핀을 활용한 투명전극 시장이 4년 뒤 6조6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래핀 응용 신시장 창출을 위한 컨퍼런스에 발표자로 참여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허훈 박사는 오는 2015년이면 ▲그라핀 투명전극 시장이 6조6천억원 ▲그라핀 반도체 시장이 1조원 ▲에너지용 전극재료 시장이 6조원 ▲초경량 복합재 시장이 9조원 ▲그라핀 방열소재 시장이 8조원 ▲인쇄전자용 소재 시장이 1조3천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허훈 박사는 이 추정치를 지식경제부, 디스플레이서치, 유럽태양광산업협회(EPIA) 등이 자료를 취합해 얻었다고 언급했다.
허훈 박사는 "생산기술연구원은 그래핀을 어떻게 하면 싸게 대량생산 해서 상용화 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2~3년간 연구를 진행해왔다"며 "그라핀을 활용해 스마트폰 용 내비게이션용 투명전극 소자를 만들어서 테스트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명 전극은 특히 상용화 근접거리에 와 있는 분야"라고 덧붙였다.
허훈 박사는 또 그래핀을 활용한 새로운 제조 공정을 통해 투명전극 생산단가를 ITO 공정의 40%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생산 과정에서 폐수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반도체에선 상용화 어렵다' 지적도
그래핀 응용 신시장 창출을 위한 컨퍼런스에선 그래핀을 디지털 반도체에 활용하기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발표자로 참여한 카이스트 조병진 교수는 '밴드갭(띠간격)'을 지적했다.
조병진 교수는 "그래핀은 전하 이동 속도가 높지만 밴드갭이 없다"며 "그래서 대부분의 논문이 그래핀의 밴드갭을 열기만 하면 실리콘 소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제를 두고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밴드갭을 벌어지게 하는 순간 그래핀 고유의 성질인 빠른 전하 이동 속도를 잃어버린다"며 "높은 전하 이동 속도와 밴드갭은 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또 "지난해 7월 네이쳐에 소개된 논문에서 그래핀의 밴드갭을 열어 디지털 디바이스를 구현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반성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병진 교수는 밴드갭을 요구하지 않는 아날로그 전자제품에는 그래핀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그래핀이 실리콘을 대체하는 전자소재가 될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한다"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전체 시장 규모의 1%밖에 되지 않는 아날로그 전자제품에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지금 당장 그래핀 기술 개발을 포기하자는 건 아니다"라며 "지금 있는 실리콘의 동작원리와 구조를 벗어나 그래핀에 적합한 새로운 개념의 소자 구조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도윤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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