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0일부터 새로 아이폰을 공급하게 된 미국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즌 와이어리스가 기존 공급자인 2위 AT&T를 압박하는 카드는 결국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였다.
대체적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아이폰 이용자를 AT&T로부터 빼내오기 위한 강공책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서 계층적 종량제로 바꾼 AT&T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버라이즌은 아이폰 사용자에게도 월 30 달러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제공키로 했다. 이 요금은 다른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제공되던 요금이다.
버라이즌이 아이폰을 공급키로 했을 때 AT&T와 같은 계층적 종량제 요금을 도입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었다. 아이폰으로 인한 데이터 사용량 급증 때문에 네트워크 부하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2007년부터 아이폰을 독점 공급해온 AT&T는 이때문에 지난해 6월 무제한 요금제를 없애고 계층적 종량 요금제를 도입했다. 이 요금제는 월 250MB 이하 사용자에게는 15 달러, 2GB 이하 사용자는 25 달러, 2GB를 초과할 때는 1GB당 10 달러를 추가로 더 받는 방식이다.
따라서 음성(월 39.99 달러)과 데이터를 합해 AT&T에서 가장 싼 요금은 54.99 달러인 반면 버라이즌은 69.99 달러가 된다.
그러나 데이터 사용량이 2.1GB만 되도 이 요금은 역전된다. 버라이즌이 그대로 69.99 달러인 반면 AT&T는 74.99 달러가 된다. 3.1GB를 사용하면 그 차이는 다시 10 달러가 더 벌어지게 된다.
문제는 헤비유저가 아니더라도 동영상 이용이 잦은 소비자의 경우 자칫하면 2GB를 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2GB는 동영상을 6시간에서 12시간 보면 초과할 수 있는 분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아이폰을 통해 데이터를 많이 쓰는 사용자의 경우 AT&T에서 버라이즌으로 옮기는 게 더 유리한 것이다. 물론 데이터를 거의 안쓰는 사람은 AT&T의 250MB 요금이 15 달러 싸다.
버라이즌 로웰 맥아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버라이즌이 계층적 종량제 데이터 요금을 도입하는 것은 제 발등을 찍는 일"이라며 "그러면 AT&T로부터 옮기는 사람이 줄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AT&T의 열성적인 아이폰 가입자를 버라이즌으로 빼오기 위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강행하기로 했다는 설명인 셈이다.
/캘리포니아(미국)=이균성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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