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방영된 KBS 2TV 시사프로 '추적60분'의 '살인을 부른 게임중독, 누구의 책임인가'편이 게임 과몰입 상태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게임업계에 떠넘기는 편파방송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게임 중독'의 기준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각종 임상연구 사례를 내세워 '게임이 충동성·폭력성향과 연결된다'는 전제를 뒷받침하고, 게임을 마약과 동일선상에 놓고 중독의 책임을 업계 쪽으로 돌린 데 따른 불만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약 5만명의 국내 게임업계 종사자들을 '마약거래상'으로 취급했다"며 불쾌해 하고 있다.
◆게임을 하면 사람을 죽이게 된다?
'추적60분'은 "게임 중독에 관한 학술적으로나 의학적으로 정의된 것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게임 과몰입 상태에 있는 아이들의 전두엽과 인슐라에서 이상이 발견됐다"며 새로운 '중독'의 기준점을 제시했다.
또한 "전두엽 피질에 이상이 생길 경우 사고와 판단을 관장하는 부분이 퇴화 되면서 치매환자의 뇌와 유사해지고 장래의 계획, 선악의 판단, 도덕성 등은 작용하기 어렵다"는 모리 아키오 니혼대 교수의 발언을 전했다. 모리 교수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람을 죽여도 반성하지 못하는 뇌로 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에서 게임중독을 연구해 온 한 의학전문가는 "게임 중독을 물질 중독과 연계시켜서 보는 시각이 있긴 하지만 아직 게임 중독에 대한 의학적 정의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전문가는 "'게임을 하면 사람을 죽이게 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연결지을 수 없으며, 그렇게 정의 내리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적인 요인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게임 중독'은 업체 책임!
'추적 60분'은 미국 하와이 법원에 제기된 엔씨소프트와 게임 이용자간 소송건을 전하면서 "현지에서 소송 진행 허가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 보고 있고 개인이 승소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게임 중독의 책임이 업체에 있을 수도 있다는 시각을 제공한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외국에서 한국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외국 아이들이 중독 상태가 되면 담배처럼 소송이 걸리게 될 것이다"며 "그 때 국내 게임업체들은 번 돈의 몇십배를 물어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최영희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의 말도 함께 전했다.
방송을 통해 최영희 의원은 "마약과 같은 것을 일반 가정의 어머니에게 콘트롤을 맡길 것인가"라고 전제한 뒤 "국가가 짐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문화부의 게임산업진흥법안은 프로그램에서 최영희 의원이 말한대로 규제가 아니라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의무'를 규정하는 법안"이라며 "그러나 규제 자체가 타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게임이 정말 마약과 똑같은 것인지 정부가 입증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마약상으로 인식될 바엔 '셧다운제' 도입하는게…"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이들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서 게임하는 일까지 게임업체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며 "차라리 담배처럼 아이들이 부모의 주민등록증을 훔쳐 담배를 살 경우, 모르고 담배를 판 주인보다는 아이들의 잘못으로 인정되는 것처럼 게임업체 입장에선 '셧다운제' 도입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셧다운제가 적용되는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접속하는 청소년들은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에 매출의 영향은 크게 받지 않는다"며 "업체들은 셧다운제 도입을 계기로 정부가 게임을 유해 매체물로 규정하고 추가 규제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모든 과학적 가설은 가설을 깨기 위해 연구가 수행되는데, '추적60분'의 임상연구는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였던 것 같다"며 "게임 중독에 대한 다각적인 시각을 찾아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고 평했다.
한편, 김성곤 한국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은 프로그램을 통해 "게임은 문화 콘텐츠이고, 어떻게 이용할지는 문화적으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며 "문화로 정착시키려면 자율 규제가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법적 규제로 통제하는 방법은 하책 중의 하책이라고 본다"고 반론을 폈다.
박계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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