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대 제품이 나오면서 국내 전자책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북큐브네트웍스는 지난 8월 가격이 14만9천원인 전자책 단말기 ‘B-815’를 출시하며 전자책 단말기 가격 하락 움직임을 이끌었다. 인터파크INT도서부문은 전자책 단말기 ‘비스킷’의 가격을 39만8천원에서 24만9천원으로 인하했다. 지지부진한 전자책 시장에 단말기 가격 하락 흐름이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삼성전자, 아이리버, 북큐브네트웍스 등 국내 6개 업체가 전자책 단말기를 내놓고 있지만 판매량은 미미한 편이다. 업계에선 국내 전자책 단말기 누적 판매량이 10만 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현상은 그대로 드러났다. 앞으로 전자책을 이용할 단말기로 스마트폰을 꼽은 소비자가 33%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
반면 전자책 단말기로 전자책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자는 22%로 태블릿PC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한 예로 교보문고는 지난 7월 한 달간 스마트폰 갤럭시S로 전자책을 다운로드한 건수가 1만 건을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이는 삼성전자 전자책 단말기를 통한 다운로드 건수보다 약 17개 많은 수치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잉크 패널을 탑재한 전자책 단말기 시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오는 2011년엔 LC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전자책 단말기를 내놓을 계획이지만 힘이 많이 실리지 않는 상황이다. 이보다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PC인 ‘갤럭시탭’과 PMP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자책 단말기가 전자책 활성화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업계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전자책 단말기 사용자가 다른 기기 사용자보다 전자책 콘텐츠를 구입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크다는 데서 비롯한다.
“단말기 가격은 낮추고 콘텐츠 수익으로 승부해야”
북큐브네트웍스에 따르면 전자책 단말기인 ‘B-612’ 구매 고객이 북큐브네트웍스의 전체 전자책 콘텐츠 판매량의 90%를 소비하고 있다. 북큐브네트웍스의 전자책 콘텐츠는 전자책 단말기뿐 아니라 스마트폰, PC 등에서도 구매해 사용할 수 있다.
배순희 북큐브네트웍스 사장은 “상반기 결산을 해보니 북큐브 전체 회원의 10%가 전자책 단말기를 구입했는데, 이 10% 고객이 전체 전자책 콘텐츠 판매의 90%를 소비했다”며 “스마트폰이나 PC 이용자보다 전자책 단말기 이용 고객이 전자책을 읽고자 하는 욕구가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네오럭스 양재용 이사 역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는 시장 규모는 클 수 있지만 단말기 한 대당 전자책 콘텐츠 판매량의 비율을 보면 전자책 전용 단말기만큼은 안 된다”며 “미국의 경우 전자책 시장의 80%를 아마존 킨들이 점유하고 있듯이 국내 시장도 전자책 단말기가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인해 큰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선 전자책 단말기 가격을 낮추고자 하는 업계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단말기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북큐브네트웍스는 지난 8월 15일부터 가격이 14만9천원인 전자책 단말기 ‘B-815’ 예약판매를 실시했는데 1만대를 준비했다가 추가로 2천대를 더 주문하기도 했다. 이 회사 이상수 팀장은 “준비한 1만 대를 예약판매 기간 동안 모두 판매했는지는 아직 집계중이라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예약판매 기간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추가로 2천대를 더 주문했다”고 말했다.
인터파크는 전자책 단말기 ‘비스킷’의 가격을 39만8천원에서 24만9천원으로 인하하기로 지난 8월 31일 결정했다.
30만원대 제품이 주류를 이루던 올해 초와 달리 네오럭스, 아이리버 등도 20만원대 제품을 출시하며 가격 하락 움직임에 동참했다. 아이리버 역시 지난 8월 전자책 전용 단말기 ‘커버스토리’를 내놓으면서 가격을 낮추기 위한 고민을 했다. 커버스토리는 와이파이 기능 유무에 따라 각각 28만9천원, 25만9천원이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원래는 20만원대 후반으로 가격이 책정될 예정이었는데 최근 전자책 단말기에 대해 비싸다는 의견이 많아지면서 20만원대 중반 가격으로 내놓았다”고 말했다.
배순희 북큐브네트웍스 사장은 “전자책 단말기 시장에 대한 걱정이 있지만 누적으로 10만 대 정도 보급된다면 콘텐츠 수익 등으로 인해 자동적으로 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며 “북큐브는 올해 3만대의 단말기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올해 말이 되면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자책 시장에서 단말기와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며 “아이리버, 네오럭스처럼 단말기 제조사로 시작한 업체들이 직접 혹은 자회사를 통해 전자책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김도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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