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이동전화에 가입하면 집전화나 초고속인터넷을 사실상 무료로 쓸 수 있는 상품인 ‘TB끼리 온가족 무료’가 출시됐다. 그러자 경쟁사인 KT가 발끈하고 나섰다. 고객을 호도하는 ‘허구’의 요금제라며 민감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두 회사가 갑론을박을 벌이는 사이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통신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돼 함박웃음이다.
SK텔레콤은 이동전화를 이용하는 가족 구성원들이 2회선을 묶을 경우 집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TB끼리 온가족 무료 요금제를 지난 달 출시했다. 이동전화 2회선을 묶을 경우 200분(8천원), 3회선의 경우 초고속인터넷 기본료(2만원, 3년 약정해야)가 무료인 셈인 것이다. 집 전화의 월 평균 발신량이 119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공짜로 쓸 수 있게 된 셈이다. 초고속인터넷 역시 별도 가입때도 3년 약정시 기본료가 2만원이어서 무료나 다름 없다.
그동안 KT와 LG유플러스는 이 상품 출시에 적극 반대해 왔지만 방송통신위원회 결합상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해 요금제가 빛을 보게 됐다. 방통위 최성호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사실상 유선 상품이 무료인 효과가 있지만 회계적으로는 무선과 유선 상품의 할인율을 똑같은 비중으로 나눠야 하고, 약관에도 ‘총할인액은 개별 상품 요금의 비중에 따라 할인된 금액의 합입니다’라고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이동전화 요금이 3만2천원, 집전화 8천원일 경우 총 할인액 8천원을 4:1로 배분해 회계상으로는 이동전화를 6천400원, 집전화를 1천600원을 할인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인식하기에는 ‘SKT 이동전화’를 쓰면 유선상품이 ‘무료’인 것과 다르지 않아 국내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선상품은 사실상 공짜 효과
‘TB끼리 온가족 무료’는 SK텔레콤 이동전화를 쓰는 가족 구성원들이 2회선을 묶을 경우 집전화(‘무료200’, 기본료 8천원)를, 3회선의 경우 초고속인터넷(‘스마트다이렉트’, 기본료 2만원, 3년 약정해야)을, 4회선을 묶을 경우 집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의 기본료를 100% 할인받게 된다. B인터넷전화의 월 평균 발신량이 8월 기준 119분에 불과한 만큼, 이 결합상품에서 제공되는 ‘무료200’의 경우 200분의 충분한 무료통화량이 제공되기 때문에 사실상 무료로 집전화를 이용하게 되는 셈이다.
이동전화 3회선 이상 결합시 제공되는 초고속결합상품 역시 사실상 공짜다. ‘스마트다이렉트’에서 제공되는 초고속인터넷 역시 별도 가입 약정시 2만원인 요금과 같아 사실상 무료라고 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2008년 4월 가족구성원들의 이동전화 가입연수에 따라 합산해 최대 50%까지 기본료를 깎아 주는 ‘T끼리 온가족 할인’을 내놓아 520만명을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T끼리 온가족 할인’은 이동전화를 쓰는 가족 수가 많을 때, ‘TB끼리 온가족 무료’는 소가족에서 유리해 보인다.
이 상품은 선불 요금제, 그룹형 요금제 등 일부 요금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본 요금제 고객이면 ‘TB끼리 온가족 무료’에 가입할 수 있다. 또 더블할인, 스페셜할인, 우량고객요금할인과도 중복 가입이 가능하다.
다만 ‘TB끼리 온가족 무료’는 유선상품 신규 가입 시에 가능하며, 유선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기존 고객은 약정만료 후 결합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결합상품에 대한 약정 및 위약금은 없으나 무료 제공하는 초고속 인터넷의 경우 별도 약정(3년)이 있어 결합상품 가입을 해지하더라도 해당 유선상품을 계속 이용해야 한다.
국내 초고속인터넷 시장 격변 예상… 경쟁업체 우려
SK텔레콤은 이동전화 가입시 집전화나 초고속 인터넷 등 유선 상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례가 해외에서도 활성화 되고 있다면서, 유무선간 서비스 경쟁이 활성화 돼 시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배준동 마케팅 부문장은 “SK텔레콤의 新 가족형 결합상품은 유선시장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고 고객들의 가계통신비 절감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등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키는 선순환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T와 LG U+ 등 경쟁업체들은 SK텔레콤의 무선 시장의 지배력이 전이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LG U+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초고속인터넷 사실상 무료 결합상품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건전한 경쟁질서를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KT는 이 상품이 실제와 달리 ‘온가족 무료’ 라는 이름을 써서 소비자를 기만한다고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구체적으로는 ▲상품을 판매할 때나 광고할 때 주요 내용이나 이용제한 조건을 명확히 알리고 ▲요금고지서에 전체 할인액 및 개별 서비스 할인액을 이용자가 알기 쉽도록 명시하는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것을 인가 조건으로 달았다.
방통위 최성호 과장은 “공정경쟁 문제를 감안해 총할인율에서 서비스간 비중을 조정했다”면서 “회계나 약관에 이를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의 이번 상품이 가계통신비 인하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하면서 상반기 KT 올레퉁, LGU+의 ‘온가족은 요’에 이어 SKT도 가족단위 결합상품을 출시함으로써 본격적인 결합상품 요금인하 경쟁에 돌입했다고 했다. 방통위는 앞으로도 결합판매 관련 규제완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결합판매 활성화를 추진함으로써 가계 통신비 인하를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회계상으론 무선도 할인… 소비자 인식과 괴리
방통위는 “원래 SK텔레콤은 이동전화 회선수에 따라 인터넷, 집 전화 등 유선상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유무선 결합상품을 출시하겠다고 했지만, 행정지도로 유무선을 동일하게 할인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변경해 인가신청했다”고 밝혔다. 즉 ‘TB끼리 온가족 무료’는 유선상품에 대해 무료 효과는 있지만, 회계나 약관에 들어가는 내용에 있어서는 이동전화와 유선상품이 같은 비율로 할인된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이동전화 요금이 3만2천원, 집전화 요금이 8천원인 가정의 경우 총 할인액 8천원을 4대 1로 배분해 이동전화 6천400원, 집전화 1천600원을 할인하는 것으로 회계에 반영된다는 이야기다.
KT는 이같은 방통위 인가조건을 들어 “실제로는 단지 제한된 상품에 제한된 할인만 제공하는 요금제이지만, ‘온가족 무료’라는 사실과 다른 브랜드를 이용해 소비자를 현혹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실제로 할인이 발생하는 서비스와 요금청구서에 표기되는 게 서로 다를 수 있어 고객은 정확한 요금을 알지 못하고 요금을 납부하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요금고지서에 할인율을 구체적으로 반드시 명시하라는 데는 난색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아직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합병되지 않은 상황에서 할인액의 구체적인 수치를 명기하기 어려운 점도 있고, 모든 국민들이 상세한 서비스별 할인액을 원하는 지도 살펴야 할 부분”이라면서 “만약 그 기준대로 라면 3명 가족 가입시 월 6만원으로 해결되는 KT 상품의 경우도 상품별 할인율을 상세히 명기하라고 해야 할 수 있어 쉽지 않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내놓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논란 때처럼, ‘TB끼리 온가족 무료’ 상품 역시 통신 업체간 감정 다툼이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글|김현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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