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를 수사한 검찰이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등 지원관실 관계자 3명만을 기소하자 정치권에서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11일 오후 브리핑에서 "국가 기관의 불법적 인권침해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중간 수사 결과인 만큼 앞으로도 의혹이 있는 부분을 끝까지 추적해 규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당의 공식입장은 비교적 담담했지만 민간인 사찰 대상으로 알려진 남경필, 정두언 의원은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자료 훼손을 지시했는지, 왜 그랬는지 밝혀야 한다. 검찰이 이를 밝혀내지 못하면 수사 의지가 없거나 무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경필 의원도 "이런 정도의 흐지부지한 수사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명명백백하게 불법사찰 사건의 실체와 배후를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은 보다 거세게 수사 결과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민주당 전현희 대변인은 "오늘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는 몸통 수사 없이 꼬리만 자른 수사다. 처음부터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제기된 의혹의 100분의 1도 밝혀내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전 대변인은 "중간 수사 결과가 이런 식이라면 최종 발표에 대한 기대도 접을 수밖에 없다. 민간인 불법 사찰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국회 차원의 특단의 결심이 필요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특검과 국정조사 도입에 협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수사 결과에 대해 "전형적이고 총체적인 부실 수사다. 서울중앙지검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한 달 넘게 파헤친 성과가 고작 '깃털 세 개' 뽑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변인은 "윗선으로 지목받고 있는 몸통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비서관을 소환했지만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검찰 스스로가 특검을 자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법사찰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비선라인'이 누군지 밝혀야 한다. 이인규 전 지원관의 과잉 충성심에서 빚어진 해프닝으로 몰아가서도 안 된다. 영포라인이란 비선조직이 살아 움직였음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며 "차라리 국민에게 수사권을 돌려달라"고 말했다.
구윤희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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