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판매(MVNO)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의무제공사업자 지정, 도매대가 산정, 상호접속 규제 완화 등 제도 정립을 추진중인 가운데, 유력한 재판매 사업자로 꼽히는 케이블TV 업체들의 이해가 조율되지 않고 있다.
9월 재판매법 시행을 앞두고 통신 사업에 '제대로' 뛰어들려면 추진주체를 확정하는 일과 추진주체에 대한 증자 및 지분율 조정, 사업계획 수립, 대정부 제도개선 요구 등 할 일이 산적한 데, 4월 말 현재 정해진 것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티브로드·HCN·CJ헬로비전·씨앤앰 등은 지난 달 26일 공동의 인터넷전화법인인 한국케이블텔레콤(KCT) 이사회를 열고, 자본금을 120억원에서 300억원 증자해 420억원으로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자본금 증자 규모만 합의했을 뿐 첨예하게 대립중인 지분율 조정에 대해서는 이사회에서 공식 안건으로 한 번도 다루지 못했다. 사업계획 같은 이야기는 전혀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케이블 업계의 재판매 사업이 삐걱대는 것은 KCT가 이동통신 사업까지 맡을 경우에도 티브로드측이 막강한 대주주로 남아야 하는 가에 대해 티브로드와 다른 업체들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KCT의 지분율은 태광산업과 큐릭스 등 티브로드측이 84%, HCN 8%, 온미디어 4%, CJ헬로비전 2%, 씨앤앰 1%, 한국케이블호남방송 1% 등이다.
티브로드측은 KCT 증자 과정에서도 현재의 지분율을 크게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나, CJ헬로비전을 비롯한 다른 업체들은 동등하거나 비슷한 지분율로 가야 재판매 사업추진이 원활해 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케이블 공동의 재판매 사업 추진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300억 증자에 대한 의미 부여도 온도차가 나고 있다.
KCT측은 자본 증자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지분 조율을 낙관하는 반면, 케이블TV 회사들은 지분 배분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장윤식 KCT 대표이사 부사장은 "지난 26일 이사회에서 5월 말까지 300억원을 증자하는 것에 대해 모두 공감했고, SO들이 얼마씩 투자할 지는 20일 정도까지 조율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진석 CJ헬로비전 상무는 "자본을 증자하기로 한 건 사실이나 지금부터 논의가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면서 "현재 협의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씨앤엠 관계자는 "티브로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SO들은 KCT 지분율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CJ헬로비전이 가장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브로드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티브로드가 84% 지분율을 50%대로 낮출 수 있다고 보도됐는 데, 정해진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처럼 업계의 이해가 여전히 엇갈리면서,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안정적으로 통신 시장에 진입해 '유료방송+인터넷+인터넷전화+이동전화 '를 내놓고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을 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현아기자 [email protected], 박정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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