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장비 시장 판도를 바꿀 대형 거래가 성사됐다. 에릭슨이 LG-노텔을 인수키로 최종 합의한 것이다.
에릭슨(지사장 비욘알든)은 21일 노텔이 보유한 LG-노텔 지분(50%+1주)을 2억 4천2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두 회사는 한국 정부의 승인 절차만 남겨놓고 있는 상태다.
이로써 지난 2005년 LG전자와 노텔네트웍스가 합작 설립했던 LG-노텔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대신 엘지-에릭슨이란 새 합작사가 한국 통신장비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게 됐다.
◆영업망-기술력 결합 시너지 기대
에릭슨은 이번 인수로 국내업체들이 양분해왔던 통신장비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게 됐다. 에릭슨을 비롯해 알카텔-루슨트, 노키아지멘스 등 해외 통신장비 업체들은 그 동안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LG-노텔의 벽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화웨이가 삼성전자와 함께 와이브로 장비 공동 수주 업체로 유력하게 거론돼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사실상 삼성전자 단독 수주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에릭슨이 LG-노텔을 인수한 것은 이런 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나홀로' 부닥치기 보다는 기본 발판을 활용하는 것이 한결 수월하기 때문이다.
LG전자의 탄탄한 영업망, 고객 지원능력에다 에릭슨의 LTE 기술력을 결합할 경우 통신장비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에릭슨으로선 LG-에릭슨을 발판삼아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쪽을 택한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반드시 '기회'로 작용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에릭슨이 LG-노텔의 기존 업무를 이어받아 서비스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기 때문.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알카텔-루슨트의 WCDMA 장비 공급 건이다. LG-에릭슨은 LG-노텔과의 인수 협의 과정에서 알카텔-루슨트의 기존 WCDMA 장비도 그대로 공급키로 계약했다.
문제는 에릭슨과 알카텔-루슨트가 WCDMA 시장에서 서로 경쟁관계에 있다는 것. 에릭슨으로서는 합작사를 통해 경쟁사의 제품을 판매하게 된 셈이다. 한국 통신장비 시장에서 새롭게 도약하려는 LG-에릭슨 입장에선 상당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알카텔-루슨트 장비 공급 문제는 골치거리로
업계에서는 에릭슨이 당분간은 알카텔-루슨트의 장비를 공급하겠지만, 결국은 알카텔 장비를 들어내고 에릭슨 장비로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문제는 적지 않다. 안정성·호환성 문제 때문에 기존 장비를 쉽게 대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동안은 알카텔-루슨트 장비와 에릭슨 장비를 함께 공급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알카텔-루슨트 장비를 계속 공급키로 양사가 가닥을 잡긴 했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행보를 두고 혼란이 일 것"이라며 "소비자들도 장비 교체를 놓고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불안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지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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