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대문 앞에 심심찮게 붙어있는 각종 전단지 내용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우리동네 가장 맛있는 치킨, 2마리 만원!!" 그리고 "아직도 인터넷 돈 내고 쓰세요? 초고속 인터넷, 가입 즉시 현금 10만원 지급!!"
2마리에 만원이라는 '우리동네 가장 맛있는 치킨'을 한 번도 사먹지 않는 이유는 그 가격에 과연 정상적인 닭고기가 정상적으로 조리돼 내 집에 배달될까 싶은 의구심 때문이다.
그런데 10만원을 준다는 초고속인터넷 가입 전단지는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어차피 집에 하나쯤은 개통해 둬야 하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기왕이면 현금이나 경품이 '빵빵한' 대리점 통해서 가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게다가 인터넷서비스 업체는 이름대면 알만한 국내 유명 대기업이 아니던가.
지금이야 돈 준다는 초고속인터넷 전단지가 거의 사라졌지만, 1년 전만해도 기자도 현관문 앞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전단지 중 하나를 손에 들고 직접 가입신청 전화를 했다.
지난 금요일 저녁, 한 주간의 업무를 마무리하고 퇴근하려는 찰나, 메일 한통이 날아들었다.
"저는 충남 보령에 사는 독자입니다..."
그가 보낸 사연인즉 이랬다. 최근 이사를 하게 됐는데, 이사할 집에 해당 인터넷 사업자의 연결케이블이 없어서 방 벽에 구멍을 뚫어야 했다는 것이다.
본인 소유의 집이 아닌, 세입자 입장에서 집을 훼손할 수도 없었을 뿐더러 집주인도 허락하지 않아 부득이 서비스 해지를 요구했다고 한다.
인터넷서비스 이용 약관에도 '사업자의 사정으로 설치 불가능한 지역에 이사할 경우 해지위약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있었기에 그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업자는 '사업자의 사정'이 아니라 독자의 사정으로 설치를 할 수 없게 된 만큼 약관에 해당하지 않으니, 19만원의 위약금을 내야 해지할 수 있다고 그에게 통보했다.
결국 그 독자는 사업자와 옥신각신 10여일을 다투다 언론사에 답답한 심정을 호소하게 된 것이다.
해당 사업자에 전화를 걸어 제보 내용을 설명하고, 이런 경우 소비자를 보호하는 조치가 없느냐고 물었다.
회사 홍보담당자는 약관에 대해 기자에게 자세히 설명한 뒤 회사 입장을 이해시킨 다음, 그 독자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다. 고객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자세히 설명하고 '좋은 해결책'을 알려주기 위해서란다.
기자는 독자의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았다. 언론사에 '찔러' 문제를 해결하려는 소비자로 비쳐질 까 염려됐고, 해당 회사가 시끄러운 방법을 택한 소비자 한 사람의 문제를 무마시키는 형태로 끝나지 않길 바랬기 때문이다.
기자도 2개월 전에 이사하면서 1년 전 10만원에 혹해 3년 약정을 하고 가입했던 초고속 인터넷도 함께 이사와야했다.
이사로 인한 이전 설치를 요구하자 해당 사업자는 이전 설치 비용으로 2만원을 내라고 했다. 설치기사 출장비, 케이블 값 등으로 꼭 필요한 비용이긴 하다.
남동생은 "아니, 이사 가서까지도 친절하게 당신네 회선을 이용해주겠다는데, 거기다 되레 이전 요금을 매겨? 그냥 해지해!"라고 버럭 화를 냈다.
하지만 알아보니 해지 위약금이 십수만원에 달했기에, 그냥 이전 설치비용을 내고 새로 이사한 집에 설치해 지금도 잘 이용하고 있다.
보령에 산다는 독자의 사연을 받고 보니 새삼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미끼로 그런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느니, 차라리 이미 이용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조금 더 투자한다면 이 회사의 가입자 유지에 훨씬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굳이 해지위약금을 볼모삼아 고객에게 "죽어도 3년은 써야돼. 아니면 돈내든가"라는 막무가내식 말고, 설령 3년이 지나도 "이 회사는 막상 사용해 보니 고객 서비스가 더 좋아"라며 자발적으로 재가입하는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10만원씩 쥐어주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비용을 줄이면서도 효율적인 마케팅 방법이 아닐까.
강은성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